`전임 관장을 공항으로 배웅하고 돌아섰다. 말로만 듣던 1인 무역관장으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지만 눈앞은 캄캄했다. 이제부터 모든걸 혼자 헤쳐가야 한다.`(이정훈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 무역관장ㆍ2002년3월29일 일기 중에서)
이렇게 시작한 이정훈 관장의 도미니카 생활은 말 그대로 끝없이 이어지는 업무와 업무의 연속선에 매어있다.
“아침 8시30분에 사무실로 출근해서 공문을 확인하고, 현지 직원들과 회의한 후 인터넷망(고객관리시스템)에 접속해 현지문화나 경제상황 등에 대한 질문에 응답(1일 평균 150건 정도)하다 보면 오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른다.”
도미니카에 부임한 후 이 관장이 `제 때에 점심식사를 한 것`은 손에 꼽힐 정도다. 대사관회의에 참석하는 월요일 오전은 정말 정신차리기 힘들다. 그렇다고 오후엔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완벽한 착각이다. 진짜 업무는 이때부터다.
“오후엔 현지에 거점을 마련하려는 국내기업들을 지원하러 다녀야 한다. 최근 도미니카 현지에 거점을 마련해 보려는 한국기업이 14곳 있다. 이들 모두가 KOTRA의 세심한 지원을 원하고 있다.”
여기에다 해외시장 조사대행, 바이어 상담, 본사 지시에 따른 조사 등등을 챙기다 보면 `1인 100역`을 소화해야 한다. 매번 집으로 업무를 가져가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됐다.
“이곳은 기후가 후덥지근해 전력소모량이 많지만 전력 공급량은 수요의 80%에도 미치지 못해 정전이 자주 발생한다. 사무실(12층)로 올라가다 보면 왕왕 엘리베이터에 갇혀있기 일쑤다.” 이 황당했던 경험이 주력 수출품목을 선정하는데 도움을 줬다. 등으로 선정했다.
이 관장은 부임하자마자 가정용 중소형 발전기, 발전설비 프로젝트,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시장을 집중적으로 탐사했으며 얼마 후부터 현지 수입업자들로부터 중소형 발전기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지난 5월엔 국내 H사가 현지업체로부터 880만달러 규모의 디젤 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 관장은 “혼자서 모든 일을 하다보니 지칠 때가 많다. 하지만 내가 곧 국가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