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국내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제도 도입 방침이 결정되면서 리츠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선진화 된 부동산투자제도`로 알려졌다. 수 억원 이상의 자금을 가지고 있어야만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의 성격을 고려할 때 소액 투자자를 모아 수 백억원 이상의 건물 등에 투자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매력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떠들썩 했던 당시와는 달리 현재는 도입 논의가 진행될 때부터 제기됐던 근본적인 문제점이 현실화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리츠를 일반리츠와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로 구분, 법인세감면 등의 차별화 된 세제혜택은 일반리츠의 몰락을 초래했다. 물론 지나치게 높은 최저자본 요건(500억원)과 높은 일반공모 비율(자본금의 최저30%) 등도 일반리츠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두 마리 토끼 잡는 것, 현실적 불가능= 부동산투자회사법은 리츠를 일반리츠와 CR리츠로 구분, `부동산의 소액간접투자 유도`와 `기업 구조조정 촉진`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CR리츠는 페이퍼컴퍼니로 존속시키돼 법인ㆍ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반면 일반리츠는 세제혜택 없는 데다 회사 설립시 자본금의 30% 이상을 일반공모토록 하면서 설립요건 역시 까다로웠다. 더구나 운영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의무 배당하도록 한 반면 추가투자금액의 외부차입을 금지 시켜, 추가 투자금 마련은 사실상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현물출자가 불가능하고 1인당 소유한도도 10% 이내로 제한, 자본금 마련도 힘든 상태다.
결과는 일반리츠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본인가를 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것. 일반리츠로는 첫 예비인가를 받았던 에이펙리츠는 2차례에 걸친 일반공모에 실패, 본인가를 받지 못했다. 또 코리아리츠 역시 자본금을 채우지 못해 본인가를 받지 못했고 시장상황을 살피던 SR리츠는 예비인가 신청을 스스로 포기한 상태다. 일반리츠를 준비했던 한 관계자는 “공모가 실패하면서 준비자금 20억원을 날린 것은 물론 투자자들로부터 사기꾼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말했다.
◇자산관리회사도 적자 누적=CR리츠의 자산을 의무적으로 관리하는 자산관리회사(AMC)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CR리츠가 4개 상품만 본인가를 받아 저조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데다 겸업자체가 차단돼 수익을 발생시킬 수가 없는 상태인 것. 더구나 부동산 신탁사와 공기업 등 특별법에 인정된 회사 등은 겸업을 할 수 있다는 규정도 또 하나의 불평등 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태다.
JW에셋 이병철 사장은 “AMC는 오직 CR리츠의 자산만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CR리츠의 활동만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체 성장성은 전혀 못 갖춘 구조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물건에 대한 사전 분석, 관리 등을 담당하는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 메리츠증권 오용헌 팀장은 “투자보호망을 갖추는 것도 좋지만 시장여건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었다”며 “현실을 고려한 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