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 워크아웃 배경] '유동성부족 확산 조기차단' 의도

「사실상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에 있던 대우그룹이 공식적인 워크아웃의 틀 속에 들어설 전망이다. 『5대그룹의 구조조정은 기업 스스로의 힘에 맡기겠다』던 정부의 대원칙에 수정이 가해지는 것이다.정부의 이번 방안은 그러나 또한번의 「정책실기」라는 판단도 적지않다. 대우사태가 표면화 됐을때 1단계로 워크아웃 시스템을 가동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정쩡한 구조조정으로 대우그룹만 만신창이가 되고,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한 정책상의 실패를 간과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시스템적 접근밖에 없다= 정부가 당초 예상과 달리 서둘러 워크아웃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우그룹의 유동성 부족사태를 조기에 차단하자는 것. 그리고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파생되는 그룹과 협력업체의 생산위축 사태를 끄자는 의도다. 대우 유동성은 벼랑끝에 몰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게 채권단의 판단. 대우는 지난 달 금융권으로부터 4조3,000억원을 신규로 지원받아 심각한 유동성 위기는 넘겼다. 금융권의 공동결의 형태로 내년초까지 기일 도래 어음을 만기연장하는 「수혜」도 받았다. 이같은 지원에도 불구, 현실은 점점 암울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가 창구지도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기관이 「뒷구멍」을 통해 상환을 요구하는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그룹 계열 금융기관을 통해 제조업 계열사 등에 지원하던 콜자금마저 끊겼다. 최근에는 만기 미결제어음의 규모가 3조원을 넘으며 만기도래후 4~5일이 지나야 결제가 가능하다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협력업체 문제도 한계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달부터 창구지도 형태로 협력업체가 갖고 있는 대우발행 진성어음의 할인을 금융기관에 독려중이지만, 막상 금융기관들은 「자살행위」라며 발을 빼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납품중단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그룹이 내놓은 구조조정으로는 빚 잔치밖에 남지 않는다』며 『회생가능한 계열사의 생존과 협력업체의 불똥을 막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남은 문제는 시행시기= 이같은 상황변화에 따라 이제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은 초읽기에 들어간 듯 하다. 그러나 정작 시행시기를 놓고는 정부 부처간에 미묘한 입장차이가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아직도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에 대해 회의적 분위기가 적지않다. 상당수 계열사들이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고, 워크아웃에 들어간다고 유동성 문제가 과연 사그러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실익」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 재경부의 분위기는 다르다. 가급적 조기에 워크아웃에 편입시키자는 쪽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차단하고, 금융기관의 이기적 행태를 바로잡기위해서는 구속력을 지닌 워크아웃이 최적이라는 판단이다. 이 기회에 김우중(金宇中)회장의 경영권을 완전히 뺏겠다는 심산도 엿보인다. 여하튼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대우의 현 상황을 보아서는 조기 시행이 불가피한 것같다』고 말해 이르면 이번주안에 워크아웃 시행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와 어떻게 달라지나= 대우그룹은 현재도 워크아웃이나 진배없는 상황에 몰려있다. 정부가 현행 워크아웃 제도와 다른 점으로 채무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점을 꼽고 있지만, 금융권의 공동결의로 내년 6월까지 채무상환을 연기한 것도 광의의 채무조정이다.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가장 다른 점은 대우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적인 시스템에 편입된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핵심 5~6개사가 워크아웃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일단 시스템이 발동되면 채무는 자동적으로 3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연장된다. 워크아웃 협약에 가입한 210개 금융기관의 채무는 전면 동결된다. 워크아웃에 편입되면 교환을 돌리는 곳에 대해 위약금을 물리기 때문에 구속력이 부여된다. 현재의 자율결의 형식과는 다른 형태다. 워크아웃에 편입되고 난후 채권단의 지원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구성된다. 우선 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권단의 전면적인 실사과정도 선행돼야 한다. 이를통해 대우그룹의 적정 채무규모가 얼마인지가 산출돼야 한다. 채무상환유예기간은 최장 5년까지 가능하다. 두번째 단계는 신규자금 지원. 대우그룹에 대한 운전자금은 물론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이 곧바로 필요하다. 신동방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즉시 신규지원이 이뤄졌다. 필요때는 헤어컷(원금탕감) 조치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특히 「경영관리단」을 보내 그룹에 대한 사실상의 식민통치를 하게 된다. ◇문제점은 없나= 무엇보다 대우그룹의 덩치가 너무 크다.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기관의 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협약대상 금융기관을 최대한 넓혀야 하며, 그에 대한 장치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회사채도 문제거리다. 지금까지 워크아웃 기업들은 회사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회사채의 만기연장을 위해서는 보유기관인 투신·증권과 보증기관인 보증보험간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우 회사채가 무보증채이고, 개인들이 투신사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 형식을 대규모 보유중이기 때문에 이에대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결국 22조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두고 한바탕 「굿거리」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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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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