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바티칸과 '스타워즈'


로마 가톨릭의 성지인 바티칸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스타워즈. 언뜻 보기에는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한 조합이다. 하지만 약 3년 전 사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연관지으면 사정이 다르다. 2005년 4월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에 선출되자 네티즌 사이에 스타워즈와 관련된 패러디가 급속히 퍼졌다. 교황의 강렬한 첫인상 때문이다.

짙은 다크서클과 함께 얼굴 주름 상태, 머리 모양 등이 네티즌의 눈을 사로잡은 것. 새 교황을 보고 그들이 떠올린 인물은 바로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다스 시디어스. 은하제국을 세운 후 23년간 팰퍼틴 황제로 군림하면서 악행을 일삼는 캐릭터다. 특히 검은 망토를 입은 교황의 합성 사진은 영락없이 시디어스와 닮았다. 지금도 구글 등에서 '다스 베네딕트(Darth Benedict)'를 치면 교황의 스타워즈판(版) 패러디를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다.

악의 상징과 비교됐으니 바티칸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지 싶다. 이런 악연 탓일까. 열흘 전 개봉돼 전 세계에 '스타워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신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두고 바티칸에서는 비판 일색이라고 한다. 바티칸 교황청의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최근호에서 스타워즈를 "혼란스럽고 모호한(confused hazy) 영화"로 평가절하했다. 악을 극적으로 묘사하는 데 실패하고 오히려 어둠을 과잉투사했다는 혹평도 곁들였다.

교황청 기관지의 영화평 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이다. '다빈치 코드' '아바타' 등도 혹평을 피해가지 못했다. "친환경메시지를 피상적으로 전달했다"거나 "줄거리가 독창적이지 않고 메시지는 새롭지 않다"고 꼬집는 등이다. 두 영화 모두 걸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겉으로 드러난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게 있다. 영화에 담긴 자연숭배나 우상숭배 메시지에 대한 우려다. 스타워즈 제작진에도 이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듯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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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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