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변혁] 손보업계 지각변동 온다

부실 3사 매각 결과따라 업계순위 변화손보업계의 지각변동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외국사의 진입 없이 11개 손보사 체제가 유지되던 국내 손보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된 양극화 현상으로 균형을 잃기 시작했고, 올해 대한ㆍ국제ㆍ리젠트화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퇴출이 결정되면서 판도 변화가 가시화됐다. 우선 공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부실 손보 3사의 처리 결과가 앞으로 손보시장 구도의 방향을 결정 짓는 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외국사의 진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제일생명을 인수한 후 대규모 물량 투입으로 사세를 키우고 있는 알리안츠가 최근 국내 손보사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자동차보험 단종보험사의 출현도 기존 손보사를 자극하고 있다. 더욱이 단종보험사인 코리아디렉츠를 대형 생보사인 교보가 인수하게 돼 부담은 더욱 커졌다. 영업환경도 달라졌다. 손보사들의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의 완전 가격자유화로 손보사들의 경쟁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될 전망이다. 대형사들은 이번 기회에 자사의 점유율 확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원 확충에 전념한다는 전략. 물론 상위사간의 경쟁 또한 만만치 않고 특히 외국사 등 후발주자와의 일전에 대비해야 한다. 중소형사들은 더욱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가뜩이나 손보사간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영업환경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의 손보사 장기보험 판매비중 축소 계획도 업계의 이슈가 되고 있다. 장기보험 판매 축소는 당장 보험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실손보 처리 결과 따라 판도변화 하반기 대한ㆍ국제ㆍ리젠트화재의 주인이 바뀔 전망이다. 지난 6월 시작된 3개사의 공개매각에 국내 손보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외국계 보험사들과 부실손보 인수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국내 손보사 등 무려 15개 회사가 뛰어들었다. 이중 지난 7월 13일 마감된 투자제안서 제출에도 10개사가 참여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영국계 보험사인 로얄선얼라이언스(RSA), 대만의 금융지주회사인 푸본이 꼽히고 있다. 국내사중에서는 LG화재와 동양화재가 눈에 띈다. 업계에서 이 4개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부실 손보사를 인수하게 되면 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LG와 동양화재가 대한화재를 인수할 경우 LG는 업계 2위로, 동양화재 역시 상위권 진입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외국사의 인수를 가정하면 손보사의 영업 패턴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전통적으로 운전자보험 등 장기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외국계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상해보험 등에 주력, 국내사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시장확대를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보험그룹인 알리안츠의 손보시장 진출도 위협적이다. 알리안츠는 이미 300억원의 자본금을 들여 한국에 손보사를 설립하겠다고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한 상태. 알리안츠가 국내 생보사 인수 후 보여준 자본력을 고려할 때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못한 국내 손보사들에게는 버거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자동차보험 가격자유화로 영업환경 급변 영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도 손보업계 시장의 판도 변화를 부채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손보사들의 주력상품은 자동차보험. 물론 높은 손해율과 금융당국의 가격 통제에 따라 이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기는 했지만 소멸성보험(만기후 보험료가 환급되지 않는 보험상품)인데다 의무 가입이 원칙이기 때문에 손해율이 떨어질 경우 상당한 수익을 약속 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의 가격자유화가 이달부터 전면 시행됐다는 것은 손보사 전략의 다각화가 요구될 뿐 아니라 무한 경쟁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자동차보험료 자유화와 관련, 금융당국에서는 철저한 손해율에 기초해 보험료가 산출되도록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지도 범위 내에서도 각 보험사들은 영업 전략의 폭을 넓힐 수 있고 특히 대형사들은 보다 유리한 입지에서 경쟁할 수 있다. 여기에서 코리아디렉츠 등 단종보험사가 시판 계획중인 저렴한 보험료의 자동차보험이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경우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손보사들은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보험 존속 여부도 큰 영향 손보업계의 부담은 신규 진출자와의 경쟁, 영업환경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금융당국이 손보사들이 장기보험판매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겠다는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운전자보험이 주류를 이루는 손보사의 장기보험상품은 한마디로 저축성 기능이 있는 만기 3년 이상의 상품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장기상품이 손보 상품 본질을 왜곡시킬뿐 아니라 업계의 수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 실제로 지난 3월 결산 결과 장기상품에서만 6,0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장기상품이 손보사의 자금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기가 길기 때문에 손보사들에게는 장기보험을 통해 납입된 보험료가 안정적으로 자산운용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셈.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보험사들이 장기상품을 팔지 못할 경우 경영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손보사 장기보험의 존속 여부도 손보업계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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