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3월 8일] 애간장 태우는 美·中 출구전략

미국은 최근 재할인율을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 조치가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초저금리 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일 뿐 긴축정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할인율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여서 은행에 있는 자금을 중앙은행으로 환수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미국이 금융위기 때 풀린 과잉자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exit plan)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4ㆍ4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연율로 5.7%를 기록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1월 생산자물가도 전달에 비해 1.4% 올라 4개월째 상승세를 보이는 등 물가불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급속한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확률도 커지고 있다. 중국도 지난 1월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2월에도 0.5% 포인트를 추가로 올렸다. 또 지난해 4ㆍ4분기부터 신규 대출을 억제하도록 창구지도를 하면서 시중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중국 경제가 전년 대비 10.7% 성장하는 등 경기과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급준비율은 예금자가 예금 인출을 요구할 때를 대비해 은행이 준비하는 현금이 예금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재할인율과 마찬가지로 결국 시중에 풀린 자금이 줄어든다. 이 같은 긴축정책은 최근 계속 과열되고 있는 자산버블과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 출구전략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향후 출구전략을 어떻게 추진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가장 비관적인 세계경제 시나리오는 주요2개국(G2)이 동시에 긴축통화정책을 급격히 강화하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수입 확대를 통해 세계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그 결과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급격히 늘었다.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그동안 원자재 경기 호황을 누려온 러시아ㆍ브라질ㆍ호주 등 자원부국들의 경기위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기가 경착륙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나라는 한국ㆍ일본ㆍ홍콩ㆍ대만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인접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의 경제가 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1ㆍ2위 수출대상국인 중국과 미국이 출구전략을 펼 경우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수출보다 금융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에 심각한 문제를 안겨줄 것이다. 미국은 재정ㆍ경상수지 적자를 사실상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으로 메우고 있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극심한 과열로 인플레이션에 빠져 더 이상 미국 국채를 매입할 수 없게 되면 미국 금리는 폭등하고 채권시장이 붕괴돼 쌍둥이 적자로 재정위기를 맞을 우려가 있다. 현재 미국은 상당 기간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해왔다. 조만간 금리를 정상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때 미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때 중국이 출구전략을 강화하면 세계 증시는 폭락하고 세계경제는 시동이 꺼질 것이다. 양국 경제가 위축되면 모처럼 회복기에 들어선 세계경제도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 세계가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확률은 높지 않다. 양국 정책당국은 이번에 인플레이션ㆍ과잉투자ㆍ신용팽창 등을 수습하기 위해 신중하게 나서고 있다. 저금리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할 경우 향후 나타날 경제불안정은 보다 심각한 금융위기를 재발할 수도 있다. 만약 과열된 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두 나라가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면서 다른 나라들도 뒤따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출구전략의 실시에 있어 국제공조가 중요하며 주요20개국(G20)을 통한 국제 경제의 정책 조율과 협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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