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안전지대 없다" 수급 불확실성 고조

생산차질 없지만 알 케에다 추가공격 예고…안심 일러<br>이란 핵갈등·나이지리아 사태등 지정학적 불안도 산재

알 카에다의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정유공장 테러공격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비교적 테러 안전지대로 알려진 사우디가 공격을 당했다는 점에서 국제 원유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 반군의 석유시설 공격과 이란의 석유무기화 가능성, 이라크의 종파분쟁,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석유시장의 안전판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 사건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석유생산 ‘심장부’ 테러 당해=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3시(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페르시아만 연안 압카이크 원유 처리시설 정문에 2대의 자살폭탄 차량이 돌진했다. 사우디는 하루 950만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며 압카이크는 사우디 원유의 3분의2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시설이다. 사우디에서 정유시설이 테러목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경비병력의 제지를 받은 후 치열한 교전 끝에 자폭했다. 차량은 폭발했으나 다행히 석유와 가스생산 시설에는 피해가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시설을 공격한 테러범 2명은 현장에서 모두 사망했으며 시설 경비병 2명이 죽고 공장 근로자 8명이 부상을 당했다. 알 나미니 사우디 석유장관은 25일 구티에레즈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알 카에다의 유전 공격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출에는 차질을 빚지 않고 있는 등 석유 수출전선에 지장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세계 소비량의 11%인 하루 95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즉 사우디에 생산차질이 발생하면 이를 상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알 카에다 추가 공격 위협=알 카에다는 같은 날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앞으로도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알 카에다는 “신의 적들과 유대인, 십자군, 그들의 추종자, 그리고 아랍인들의 반역 정권들과 싸우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전사들이 많이 있다”며 “신의 의지에 따라 당신들을 기쁘게 할 일을 보게 될 것”이라며 추가 테러를 예고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PFC에너지의 파리드 모하메디 애널리스트는 “테러공격이 직접적으로 정유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위협적”이라며 “국제사회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우려했다. ◇세계 곳곳 지정학적 불안요인 산재=하루 250만배럴을 생산하면서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반군활동도 심상치 않다. 25일 나이지리아 델타 해방운동(MEND)은 추가적인 경고 없이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달 안에 나이지리아 석유생산의 30%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앞서 하루 45만배럴을 생산하던 로열더치쉘 합작공장은 반군 공격으로 이미 지난 18일 조업을 멈추는 등 석유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핵 문제의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통한 국제제재 여부를 둘러싸고 미국 등 서방국가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란이 석유 수출을 무기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란은 하루 400만배럴을 생산하면서 사우디에 이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두 번째 산유국이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 및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도 불안요인이다. 베네수엘라는 하루 300만배럴을 생산하며 OPEC 세번째 산유국이다. 여기에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분쟁으로 내전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의 석유 공급도 안심할 수 없다. 세계 석유시장은 이들 중 한 곳만 차질이 생겨도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