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당론 추진 밝혔다가 2시간만에 번복<br>"지나친 여론 눈치보기" 당 안팎서 비판 일어
한나라당이 전월세상한제 추진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6일 오전 당은 '사실상 당론 추진'을 밝혔다가 두 시간여 만에 '당론이 아니다'라고 뒤집었다. 앞서 지난 3월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일부 지역에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가 정부와 당내 반대로 철회했다 재추진하는 등 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선거를 앞둔 집권당이 전월세상한제를 고민하면서도 당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내부 지적과 실효성이 없다는 정부의 반대 앞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결과다.
이명박 정부 임기 4년차를 맞아 당 우위의 당정관계 등을 모색해온 집권당이 당내에서조차 갈팡질팡하며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한때 당론 추진이 검토된 부분적 전월세상한제가 경기 분당을 지역 등의 재보선용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당이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는 보고 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두 시간여 만에 번복=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두 시간여 만에 부분적 전월세상한제를 당론이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뒤집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날 오전8시40분께 심 정책위의장은 당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 부분적 전월세상한제 추진을 보고했고 회의 직후 배은희 대변인은"정책위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당론인가'라는 질문에 "사실상 당론이다"라고 답했다. 해당 법안을 제출한 박준선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 최고위가 정책위에 일임한 것으로 사실상 당론"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실제로 최고위는 당론 추진을 거부했다. 안상수 대표는 최고위에서 의결해달라는 심 정책위의장의 보고에 "당론으로 하기 부담스럽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전월세 고시가격을 결정하는 일은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내용이 적절하지 않아 당론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면 임차인에 독이 될 수 있다"면서 "고시가격을 피하기 위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 편법협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배 대변인도 11시40분께 "사실상 당론이 아니라 정책위 차원에서 추진한다"고 정정했다. 당론에서 박준선 의원 개인 명의의 입법으로 힘을 뺀 것이다.
◇선거 앞둔 밀어붙이기 '역풍'=전월세상한제는 민주당이 먼저 발의해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나라당은 제도 도입 직전 집주인이 전월세 가격을 크게 높일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그러다 3월 초 정책위 산하 서민주거안정 태스크포스(TF)에서 급격하게 전월세 가격이 오른 지역만을 대상으로 실시하자는 방안을 건의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이 극심한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뒤 임대료 상한선을 고시하고 ▦'관리지역'은 임대인이 상한선 규정을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조정신청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심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6일 이에 대해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했고 홍준표 최고위원은"야당과 협조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했고 당내에서도 '가난한 집주인'과 '부자 세입자'를 거론하며 문제 삼았다. 심 정책위의장은 22일 당정협의 후 "부분적 전월세상한제를 당론으로 추진할 생각이 없다"며 물러났다. 이에 소장파 의원모임인 '민본 21'은 28일 "전월세상한제가 빠진 전세대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당 정책위에서도 4ㆍ27재보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해 재추진했지만 결론은 두 시간여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당이 부동산 시장에 혼선만 야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