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행 부실채처리 위해 공자금 재투입 급부상
새법안 필요성 제기 여론속 정부도 검토태세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금융 재생을 위해 일본 정부가 공적자금 재투입에 나설 가능성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일본은행이 금융위기 예방을 위해 공적자금을 은행에 사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새 법안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공적자금 재투입 논의가 급속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5일에는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성 장관이 기업 구조개혁을 위해 은행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국제통화기금(IMF)는 금융권에 자금을 공급해서라도 부실채권을 처리하라고 촉구하는 등 그동안 한사코 추가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을 부인해 온 고이즈미 정부가 이제는 금고 문을 열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잠잠하던 공적자금 투입 문제가 불거진 것은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가뜩이나 부실채권에 짓눌리는 은행권 부담이 날로 가중되고 있기 때문.
특히 지난 12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미ㆍ일 정상회담에서 부실채권 처리를 가속화하겠다고 공언한 이래 이 문제는 초미의 관심을 끌어 왔다.
일본 민간 금융기관이 떠안은 부실채권은 지난 3월말 52조4,000억엔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
게다가 증시 침체로 은행들의 부실채권 해소 여력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26일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의 4대 금융그룹을 포함한 대형 시중은행이 최근 주가 하락으로 총 4조엔을 넘는 주식평가손을 입어, 9월 말 반기결산에서 모든 대형 은행들이 배당을 하지 못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은행들은 반기결산 최종 손익을 적자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지경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은행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점이 공적자금 추가 투입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금융청 장관이 오는 30일로 예정된 개각에서 사임하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구체안은 ▲ 금융위기 발생시 투입할 수 있는 자금 한도를 현행 15조엔에서 확대 ▲ 위기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자금투입 허용하는 신법 제정 ▲ 공적자금을 활용해 정리회수기구(RCC)가 부실채권을 매입토록 하는 등 3가지.
문제는 자금 투입 여론 못지않게 실제 공적자금 활용에 따른 고이즈미 정권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일본의 국가 채무가 사상 최대규모인 627조엔, 국채 발행도 463조엔에 달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공적자금 투입은 세부담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의 반발을 각오해야만 한다.
또한 무엇보다 지금까지와 상반되는 정책 전환은 곧 고이즈미 정부의 지난 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 자금 투입의 효과도 불투명한 가운데, 고이즈미 총리의 선택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