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벤츠는 진정 '귀족기업'인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서울역 앞 대로 2개 차선을 막고 신차 상하차 작업을 한다는 본지 보도(12월28일자 13면 참조)가 지난 27일 밤 온라인을 통해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불쾌감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달린 댓글만 950여개에 달했고 '공감한다'고 밝힌 것은 3,000개가 훨씬 넘었다.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에 작업을 해 시민 불편을 줄여야 했다' '다른 곳에서 차를 내려 본사로 차량을 끌고 왔어야 한다'는 비교적 '점잖은(?)' 의견도 있었지만 '(시민을 상대로 한) 또 다른 방식의 갑질'이라며 벤츠코리아 본사 바로 옆이 남대문경찰서임에도 일반 도로를 자기 땅처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법 위에 벤츠가 있느냐'는 수위 높은 지적이 줄을 이었다.

수많은 댓글 가운데 기자의 시선이 일순 고정된 의견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되니깐'이라는 일침이었다. 이 네티즌은 평균 1억원 이상의 고가차를 판매하고 고소득자를 주로 상대하는 수입차 업체는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문제 삼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자조하고 있었다.'귀족 기업'이라는 얘기다.

벤츠 독일 본사 임원들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대당 2억원이 넘는 'S클래스'는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대당 7,000만원 전후의 'E클래스'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팔린다.

하지만 벤츠코리아가 국내 고객 및 잠재 고객들을 홀대한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다. 시동이 꺼지는 차량 중대결함에도 당국의 조사에 등 떠밀려 리콜하고 국내 조세 체계를 비웃듯 개별소비세 인하에도 차를 팔지 않으며 액세서리 제품은 미국보다 최고 74% 더 비싸게 팔고 있다.

이런 행위보다 더 아쉬운 것은 벤츠코리아가 응대하는 모습이다. 결함은 '고객 탓', 판매 중단은 '딜러 탓', 도로 점용은 '하역업체 탓'으로 돌리는 모습에는 아연할 뿐이다. 귀족 기업 앞에 일반 국민의 이익은 그리 보이지 않는다.

벤츠는 올 4월 중국에서 라우레우스재단을 출범시키고 내년부터 15만명의 중국 어린이들에게 스포츠를 통한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올해에만 CSR 활동에 97억원을 기부하고 보다 나은 중국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한국에서 그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BMW가 사회복지 사업에 국내 어느 대기업보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는지 벤츠는 보이지 않는가. 이제라도 그들의 고급 이미지만큼, 사회에 대한 수준 높은 행위를 해주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고객 없이는 제품도, 판매도, 이익도 없다.

/산업부=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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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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