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인기술] 이혼의 보편화와 개인주의


‘수신제가 치국 평 천 하’를 외쳐오던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 가정과 가족은 가장 중요한 행복의 원천이었다. 이러한 가정에서 남성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경제활동으로 대부분의 생애를 보내며 여성은 화목한 가정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기도 했었다. ‘신혼이혼’, ‘황혼이혼’ ‘대입이혼’ ‘생계이혼’ 등 날로 다양해지는 이혼관련 용어는 지금 우리사회에 이혼이 특수한 관계가 아닌 보편화된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남녀가 이혼하고 있다. 40·50대 중년 이혼이 늘고 있는 것은 남녀 간 의식 차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 여성들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남편의 외도나 학대, 무관심을 참고 살기도 했다. 방송드라마가 사회상을 반영한 것일까? 아니면 방송드라마가 이혼과 불륜을 부추긴 것일까? 요즘의 여성들은 더 이상 남성의 가부장적인 가치관에 의한 불편한 관계를 참지 않는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 향상과 여권 운동으로 남녀 평등의식이 강해졌기에 가부장적 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남성은 결국 이혼의 보편화에 편승 하게 된다. 좋은 아내와 좋은 남편으로부터 좋은 자녀들이 태어난다. 만일 지금 이혼을 꿈꾸고 있다면, 자녀에게도 대물림 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혼가정에서 자란 자녀의 이혼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전인자가 이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혼을 하게 되는 데 있어서 유전적 요인의 작용은 미미하지만, 자신의 부모가 이혼한 성인들이 이혼할 가능성은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세대의 이혼이 증가하면 다음 세대의 이혼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혼의 보편화는 가족 유형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온다. 별거 가족, 재결합 가족, 편부편모 가족 등 새로운 가족 유형이 생겨났으며 개인 중심의 가치관이 대세를 이루어간다. 부부 중심의 가치관이 아닌 개인중심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이혼했기에 자녀의 이혼을 말릴 보편적인 가치는 사라진다. 허리우드 영화는 다민족 국가인 미국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수단이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장르의 허리우드 영화에서 가정이나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테마가 반복하여 강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사회에서 이혼이 증가하면서 가정은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혼의 보편화는 가족보다는 개인중심의 가치관을 수용하게 한다. 요즘의 우리나라의 중년 남자들은 직장에서는 조직적으로 내몰리고, 집에서는 이혼을 당하며, 사회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자식을 위해 헌신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은 남성을 기러기 아빠로 만든다. 가족에 대한 강한 애착이 남아있는 기러기 아빠들은 중년이 되면 돈 버는 기러기로 변신해야 한다. 아이들이 유학을 갈 나이면 남성들은 사회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맞는다. 건강 측면이나 정서적으로 안정이 필요하지만 여성들은 아이들을 통한 대리만족을 위해 남편을 돌볼 마음의 여유는 없다. 이러한 가정에서 여성은 남성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건 그저 돈만 잘 벌어오면 된다는 고전적인 가치관은 고수한다. 기러기 아빠를 보면 사마귀가 생각난다. 수놈 사마귀는 교미 후에 암놈에게 잡아먹힌다. 수놈 사마귀의 섹스는 목숨을 건 행위이건만 종족번식의 본능을 억제할 수는 없다. 이혼율 증가의 주된 원인이 여권운동에 의한 여성의 의식 변화이든 남성의 부적응이든, 경제문제이든 결국 가족이 아닌 개인의 만족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단위가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뀌고 있다. 개인화를 부추기는 동인은 이혼의 보편화만은 아니다. 인터넷에서의 개인화 서비스란 개인이 원하는 것만을 맞춤식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상품, 뉴스 중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여준다. 웹2.0은 대부분의 일을 컴퓨터끼리 처리하는 자동화 시대를 열었다. 방송의 디지털화도 개인 중심의 가치관을 부추길 것이다. 개인 맞춤형 방송인 모바일 TV는 가족 중심이던 TV시청을 개인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내가 보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만 선택하여 보는 것이다. 만일 매스 미디어가 개인의 사회화에 영향을 끼친다면 앞으로의 세대는 보다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을 고수하고자 할 것이다. 가정과 가족의 시작은 부부이며 부부가 있어야 자녀가 생기는 것이다. 부부 중심의 가치관이 개인 중심의 가치관으로 변해가는 시대에 대인기술은 새로워져야 한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해가기 위한 스킬(skill)인 대인기술도 가족중심이 아닌 개인중심에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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