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모펀드, 피인수기업들 채권 남발

2년간 500억달러 배당금 챙겨…부채부담 고려 안해 부실 우려

대형 사모펀드들이 피인수 기업의 경영환경이 호전되기도 전에 대규모 배당금과 수수료를 챙기는 등 무리하게 투자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바이아웃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채권을 발행, 경영실적과 상관없이 배당금 지급을 결의하고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피인수 기업의 부채부담을 가중시키고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통상 사모펀드들은 부실ㆍ한계기업을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거나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된 점을 이용해 과다하게 채권을 발행하고 조성된 자금으로 배당금과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이 같은 방식을 통한 배당지급은 전무했지만 지난 2년 동안 사모펀드들이 배당금 지급 형식으로 챙긴 돈은 500억달러에 달한다. 실제 위성사업자인 인텔셋을 인수한 아팩스 파트너스, 아폴로 등은 신규채권을 발행해 3억5,000만달러의 배당금을 받았다. 2004년 6월 클래니즈를 인수한 블랙스톤그룹은 총 인수대금 34억달러 중 6억5,000만달러만 자기자금으로 지불했지만, 인수 후 9개월 만에 13억달러의 배당금을 챙겼다. 2004년 2월 워너뮤직그룹을 인수한 토마스 H. 리 파트너스와 베인캐피털 등은 총 인수가격의 3분의 1인 12억5,000만달러를 지불했지만 2개월 후에 2억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이후 이들 사모펀드는 워너뮤직에서 3차례에 걸쳐 12억3,000만달러의 배당금을 더 지급받았다. 월가(街) 전문가들은 사모펀드들이 자금회수를 위해 채권발행을 남발할 경우 경기악화 시 기업부실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오르는 등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채권발행 등 부채를 이용한 자금회수는 점점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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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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