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착공 예정인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28.57㎞)을 둘러싼 청라지구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사업 구간 가운데 청라지구를 관통하는 4.7㎞가 지상도로로 설계됨에 따라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고속도로 건설이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 부근의 아파트를 분양 받은 주민들은 청라지구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와 국토해양부 등에 도로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A아파트 입주예정자 관계자는 14일 “방음벽을 설치하겠다는 것이 현재까지 나온 유일한 대책”이라며 “방음벽을 세워도 5층 높이 정도밖에 안 되는데 40층짜리 아파트에서 나머지 주민들은 어쩌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B아파트 관계자도 “새로 도시를 개발하면서 청라지구를 반토막 내는 지상도로를 설계한 발상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곧 착공한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그 전에 지하화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청라지구 주민들은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라며 성토했다.
당초 지상도로로 설계됐던 구간 가운데 국제업무지구를 지나는 1.9㎞는 토지공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지하화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불만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국제업무지구의 경우 고속도로 관통에 따른 업무단절이 우려돼 지하화 비용을 부담키로 했다는 것이 토공 측의 설명이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밤에는 아무도 없는 국제업무지구는 중요하고 24시간 사람이 사는 주거지는 중요하지 않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와 토공 측은 각기 ‘우리 소관이 아니다’ 라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공 측이 지하화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면 모르겠지만 그 전에는 정부나 민간사업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토공 관계자는 “지하화는 고속도로 사업시행자인 인천김포고속도로㈜의 소관일 뿐 토공은 사업비를 부담할 의무가 전혀 없다”라고 반박했다.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는 2014년까지 총 1조13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인천시 중구 신흥동~청라지구~검단~김포시 양촌면을 잇는 구간에 왕복 4~6차선 유료도로로 건설되며 최종 노선 협의를 마치는 대로 착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