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베이버부머 퇴장 쇼크] "한살이라도 더 적을때 새 삶에 도전해 봐야죠"

■ '인생 2막' 이렇게 준비했다<br>KT서 퇴직 IT유통업체 차린 김석직씨


김석직(47)씨는 지난해 말 KT가 명예퇴직 신청을 받자 가장 먼저 신청서를 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그동안 은퇴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 그가 은퇴 준비를 구체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 방향은 아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정했다. 22년 동안 KT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은 통신, 그리고 정보기술(IT)이었다. 그는 퇴직 직후인 지난 4일 바로 IT솔루션유통회사인 이비앤에스의 대표이사로 변신했다. "나라도 빠져줘야지 후배들 숨통이 트이죠. 회사가 원하는 게 사실 그거 아닌가요." 베이비부머의 막내라서 그런지 그는 많은 베이비부머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베이비부머들은 대개 퇴직 이후 어떻게 살지를 염려했다. 또 아직 더 일할 나이이고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퇴직을 요구하는 회사에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퇴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베이비부머가 단순히 사람이 많다고 해서 중추라고 할 수는 없죠. 국가 차원에서 보면 핵심인력이 은퇴하니까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인건비가 부담되는 '노땅'들일 겁니다." 물론 준비를 해왔다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래가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도 사직서를 낸 뒤 한동안 잠을 설쳤다. 늦게 본 아들이 이제 중1인데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를 회사에서 탈출시키는 데 힘이 됐다. "앞으로는 90세까지 산다고 하죠. 은퇴 이후 최소한 30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데 그동안 놀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죠. KT에서 몇 년 더 있다가 준비 없이 정년퇴직하기보다는 한 살이라도 어린 지금 나가서 한번 부딪혀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가진 것은 다른 베이비부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 한 채, 국민연금ㆍ개인연금, 그리고 퇴직금 2억6,000만원이다. 퇴직금 중 일부는 새로 일하게 된 회사에 투자한다. "노후를 완벽하게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퇴직금을 쓰는 게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후는 앞으로도 준비해야 될 인생의 과제이지 다 준비한 뒤 맞을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벌어서 준비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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