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을 계기로 포르투갈이 ‘제2의 그리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리스 재정위기로 불거졌던 유럽의 연쇄 국가부도 위기감이 이번 포르투갈 신용등급 하향을 계기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포르투갈은 국가부채 문제가 그리스 너머로 확산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국가로 꼽혀왔다.
신용평가사인 S&P는 27일(현지시간)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2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포르투갈의 국가 재정부채 통제능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포르투갈 정부가 현재 비교적 높은 채무비율을 오는 2013년까지 기준에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하락은 지난달 피치가 ‘AA’에서 ‘AA-‘로 1단계 하향 조정한 지 불과 한달여 만에 또다시 촉발된 것이다.
지난해 포르투갈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9.4%에 달했으며 국가부채 비율도 GDP의 76.6%를 나타냈다. 이는 그리스에 비해 나은 것이지만 신규부채 조달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포르투갈은 그리스처럼 만성적으로 낮은 저축률을 보여 해외자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의 저축률은 GDP 대비 7.5%로 독일(23%), 스페인(20%), 프랑스(19%) 등에 비해 크게 낮다. 게다가 주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지난 15년 동안 1인당 GDP가 개선된 적이 없을 정도로 장기간 정체국면을 이어왔다.
전문가들은 포르투갈의 GDP 성장률이 자금조달 비용보다 낮아 GDP 대비 부채비율이 안정화될 가능성도 낮다고 진단하고 있다. 벨기에 이코노미스트인 폴 드 그로웨는 “포르투갈이 그리스에 비해 재정상황이 덜 심각하지만 투기세력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정도로 강하지는 못하다”며 불안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유로존 차원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유로존의 위기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