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허망스럽지 않은 얘기/오찬식 소설가(로터리)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은 없다던가. 한마디로 모든 형태에는 반드시 원인 제공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가나 사회에 회자되는 얘기 역시 터무니 없는 유언비어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옛날 얘기에는 너무나 허망스러운 게 많았다. 그래서 소외당한 사람들의 한을 달래주기에 족했으리라. 토끼의 꼬임에 빠진 호랑이가 얼음 구멍에 꼬리를 담그고 있다가 꽁지 빠진 얘기는 강자에 대한 조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요즘 시중에 나도는 얘기는 그같은 맥락이 아니라 뒷맛이 씁쓰레하다. 지난번 동해안에서 체포된 북한 정찰국 소속 남파간첩은 자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들이다. 산골 마을 변두리집에 들어간 이광수가 그집 부인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다. 정찰국 소속의 남파간첩이 말이다. 한동안 부인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도 의심하지 않았던 점 하며, 경찰에 포위당하자 배쪽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려다 포기하고 순순히 손을 들었다는 발표가 어딘지 석연치 않다. 철저한 간첩교육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진 그가 애시당초 자수의사가 없었더라면 신고하러간 부인 남편을 인질로 잡고 대항하지 말라는 법도 없어서일 것이다. 옥수수 다발 세워둔 밭가가 아무래도 수상쩍어 손을 넣어보니 물컹거리는 물체 운운도 납득할 수 없다는 오육십대들이다. 몸소 전쟁을 겪고 치른 그들의 안목은 다르다. 착검된 총신으로 수상쩍은 옥수수 다발 사이를 수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들이다. 그리고 대검에 찔렸더라면 사살아닌 부상자로 생포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로부터 또다른 정보도 얻어낼 수 있었을 거라면서…. 하찮은 얘기라고 개 바위 지나치듯 할 일만은 아닌 성싶다. 하찮은 일에 충실할 수 없는 사람은 큰일에도 충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이나 얘기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일이나 얘기를 만들어낸다. 여하튼 관계 기관의 발표가 미급한지, 아니면 신문보도가 시원찮은 건지, 이런저런 허망스럽지 않는 얘기가 나돌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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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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