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투자자들 모르게 쉬쉬… 펀드의 불편한 진실




『 "금융회사는 당신 편이 아니다."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라는 도발적 표제를 내건 책에서 지은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고객은 금융회사가 자신의 돈을 불려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금융회사는 결코 고객의 편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지은이들이 금융회사에서 근무했던 재무컨설턴트라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기업과 소비자, 금융회사와 고객의 관계는 언제나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숨기려는 것들은 꽤 많은 편이다. 기업은 "기업과 고객이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Win-Win)' 관계가 유지된다"고 강조하지만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고객의 이익이 침해되는 '제로섬(Zero-Sum)'의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펀드를 판매, 운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금융회사의 수익은 해당 펀드의 수익률에 따라 좌우된다. 그래서 금융회사들은 "투자자의 이익이 곧 펀드 운용ㆍ판매사의 이익"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판매사들의 수수료 차등화가 이미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암묵적 카르텔을 통해 수수료 담합을 했다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투자자들이 알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진실은 상당수다. 이것은 금융회사가 '악의'를 갖고 있다기보다는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숨바꼭질'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 성과는 비슷하더라도 판매 수수료가 적은 펀드는 팔려고 하지 않으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회사가 숨기려고 하는 펀드의 진실. 그것을 알면 알수록 투자자들은 금융회사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숨바꼭질의 술래가 숨어있는 친구들을 더 많이 찾을수록 좋은 것처럼 말이다. 이번 주 다트머니는 '금융회사가 숨겨둔 펀드의 진실'을 담아봤다. 투자자가 술래 역할을 맡아 금융회사가 감추려고 하는 진실을 찾는 게임을 시작한다. 펀드의 진실, "어디어디 숨었니, 머리카락 보일라." 』 ● 투자설명서에도 없는 '매매·중개 수수료' 고객에 떠넘겨
종목 교체 잦을수록 부담 늘어나 수익 갉아먹기 일쑤
이득 적은 인덱스·온라인펀드는 의도적으로 판매 기피
투자 수익률 고려없이 계열사 상품 밀어주기도 다반사
금융감독원은 최근 펀드 판매회사들의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서도 판매회사를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고객이 사후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면 아무 부담 없이 판매회사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판매회사로서는 펀드 판매 후에도 고객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판매회사들이 일단 펀드를 팔고 나면 적지 않은 판매 보수를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사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수수료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치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이런 비판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쓴다.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진실을 숨기면 금융회사들은 비교적 쉽게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이들이 고객과의 숨바꼭질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알아두면 ‘득’이 되는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은 여러 가지다. 펀드 판매회사들이 감추려고 하는 불편한 진실을 소개한다. ◇투자설명서에 나온 수수료는 일부일 뿐= 펀드에 처음으로 투자하게 되면 해당 펀드의 투자 대상, 운용 전략 등을 담은 투자 설명서를 받게 된다. 여기에는 펀드의 판매 및 운용, 수탁 등을 위해 필요한 보수 및 수수료 등이 나와 있다. 운용사가 받아가는 운용 보수, 판매회사가 가져가는 판매 보수, 수탁사가 챙기는 수탁 보수, 일회성으로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펀드 투자자들은 또 다른 보수 및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펀드의 기초자산이 되는 종목들을 사고 팔 때 드는 비용을 ‘매매ㆍ중개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투자자들에게 떠넘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미리 고지하지 않는 비용이다. 펀드를 운용하면서 종목의 교체(사고 팔기)가 잦을수록 이런 매매ㆍ중개 수수료는 더 늘어나게 된다. 수수료가 늘어나면 그만큼 수익을 갉아먹게 된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인 보수 및 수수료는 물론 매매ㆍ중개 수수료율이 높은 펀드들은 그만큼 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많은 종목을 한꺼번에 사들여야 하는 설정 초기가 아닌데도 매매ㆍ중개 수수료율이 높다는 것은 펀드 스스로 단타 매매를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펀드의 매매ㆍ중개 수수료율은 지난 4월말 현재 0.39%로 운용보수 평균(0.748%)의 절반 수준이다. ◇인덱스 펀드 판매는 꺼려=“저비용의 인덱스 펀드는 대다수 투자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주식 투자 방법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말이다. 투자의 귀재가 ‘강추’할 정도로 인덱스 펀드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 평가해 보면 벤치마크 지수의 수익률을 뛰어넘는 펀드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는 점에서 지수 등락을 그대로 쫓는 인덱스 펀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훌륭한 투자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국내 판매회사들이 인덱스 펀드를 추천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인덱스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판매회사가 인덱스펀드를 판매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인덱스 펀드의 판매 보수는 0.69%로 일반 주식형 펀드 평균치(1.23%)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가깝다. 은행이나 증권사 입장에서는 판매를 위해 똑같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보수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니 판매를 꺼릴 수 밖에 없다. 윤재현 대우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최근 6년간의 성과를 분석해보면 인덱스펀드나 일반 주식형 펀드 모두 절대적으로 우월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고,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구간이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투자자로서는 인덱스펀드와 일반 주식형 펀드의 장기 수익률이 별차이를 보이지 않는 만큼 수수료 및 보수를 적게 내는 인덱스 펀드가 투자 대상으로서 더 적합한 셈이다. ◇온라인 펀드 판매도 많지 않아=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국내의 온라인 펀드 판매 실적은 부진하다. 이유는 ‘인덱스 펀드 판매 기피’ 현상과 비슷하다. 요즘 펀드들은 대부분 판매 유형을 기준으로 구분된다. 펀드 이름에 ‘e형’이 붙어 있으면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인터넷을 통해 펀드를 구매할 때 투자자들이 내야 하는 판매 보수는 지점을 통해 구매할 때보다 저렴하다. 예컨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Tops Value’펀드의 경우 온라인 펀드가 오프라인 펀드에 비해 0.2%포인트 보수가 싸다. 펀드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투자자들이라면 온라인을 통한 펀드를 구매하는 게 낫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판매사들로선 똑같은 펀드를 판매하고도 보수를 덜 챙기니 그만큼 온라인 펀드 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수진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일부 증권사들이 최근 온라인 펀드 광고를 강화하고 있지만 많은 펀드 가입이 실제론 은행 창구쪽에서 이뤄지고 있어 온라인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펀드의 클래스 구분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장기 투자자들의 경우 똑같은 펀드를 고르더라도 선취 수수료를 내는 A형이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판매회사는 선취 수수료 없는 C형을 권유하는 게 유리하다. ◇계열 운용사의 펀드를 먼저 권하는 경우 많아=펀드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한 투자자라도 스스로의 판단으로 좋은 펀드를 고르기란 그리 쉽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공모 펀드는 이 달 23일 현재 4,577개에 달한다. 펀드의 홍수나 다름없기 때문에 투자자가 확신을 갖고 펀드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상담사가 펀드를 권유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상담사가 추천하는 펀드가 우수한 상품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평가도 많다. 상당수 펀드 판매회사들은 대부분 자산운용사들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펀드 판매 상위 창구인 국민은행, 신한은행,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삼성증권 등이 각각 KB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삼성투신운용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팔은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다. 판매사들의 자기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 판매사가 같은 계열 운용사의 펀드를 판매하는 경우는 전체 펀드 판매의 43%에 달한다. 판매사의 펀드 권유가 해당 펀드의 성과만을 바탕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달 24일 현재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펀드에는 ‘마이트리플스타펀드’(88.82%) ‘유리 Growth&Income펀드’(38.24%), ‘유진TRUEVALUE펀드’(37.32%)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펀드들이 1~4위를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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