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떨어진 단추 하나


떨어진 단추 하나-이준관 作

해질 무렵,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떨어진 단추 하나를 보았지.

그래, 그래, 우리는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이렇게 단추 하나 떨어뜨리지.

그래, 그래, 우리는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서쪽 하늘에 깜빡, 해를 하나 떨어뜨리지.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저마다 무언가를 하느라 정신이 팔려 하루에 하나씩 해를 떨어뜨린다. 일 년 열두 달 마침내 삼백예순다섯 개째 차례로 떨어뜨리면 한 해가 저문다. 아이들은 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 고작 단추나 떨어뜨리지만, 어른들은 무엇에 정신이 팔려 무엇을 떨어뜨렸을까? 단추 하나야 다시 달면 되지만 절대로 떨어뜨리면 안 되는 소중한 걸 떨어뜨리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저만 모르게 앞섶 훤히 열어젖힌 채 근엄한 표정 짓고 있는 건 아닐까? <시인 반칠환>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