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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타임 경영 선두주자 P&G
사무환경·전문가·스토리텔링형 분석 모델 결합
비즈니스 인사이트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 뿌리내려야
정량적 데이터 중요하지만 맹신해선 안돼
'어떻게' '왜'라는 정성적 분석 함께 활용을
글로벌 기업 걸맞은 경영 환경 마련
전세계 사무소서 데이터 공유·토론 가능케 하고
시나리오별 시사점 찾아낼 분석 전문가 육성도
휴대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 40%대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중심의 시장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지난 2013년 9월2일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부문을 매각했다. 격변하는 시장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역설적이지만 필수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오늘날 초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1912년 당시로는 최고의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가라앉지 않을 배'로 선전된 타이타닉호는 규모와 성능만을 과신해 빙산의 움직임에 민첩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침몰했다. 기업에서도 판매의 변화를 생산으로, 생산의 변화를 구매로 즉각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치명적인 위기가 와도 극복할 수 있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리얼 타임(실시간) 경영'이라 하고 실시간 경영을 하는 기업을 리얼 타임 엔터프라이즈라고 한다. 결국 리얼 타임 경영의 성공 여부는 기업 내 여러 부서간에 사전 약속된 규칙이 잘 준수되는가와 빠른 정보 전달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영 전반에서 발생하는 이상 징후가 실시간으로 경영진 및 담당 실무진에 전달되고 표준화된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적시에(Just-in-Time)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가능한 것이다.
리얼 타임 경영을 가장 잘하고 있는 회사로 프록터앤드갬블(P&G)을 빼놓을 수 없다. P&G는 전 세계 180여개국에 200개 이상의 오피스를 운영하며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출과 100억달러를 넘는 이익을 내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우리가 잘 아는 오랄비·다우니·질레트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다.
P&G도 본격적으로 리얼 타임 경영을 하기 전까지는 일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인수합병(M&A)·글로벌화로 월 결산 후 사후 보고 중심의 대응 방식으로는 적시에 의사결정이 곤란하고 △문서 보고 시 단계별로 다수의 의사결정자에게 보고해 현상~원인에 대한 본질이 왜곡되고 있으며 △다수의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지만 사람이 변하지 않아 일하는 방식은 과거와 동일하다는 내용이었다.
2011년 보그 맥도널드 전 최고경영자(CEO)는 시스템 내 신속·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이 파악되고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며 일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디지털로 관리하는 세계 최초의 기업이 돼야 한다는 미션으로 디지털 기반의 리얼 타임 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글로벌화에 최적화된 리얼 타임 경영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하게 됐다. 즉 사무 환경과 전문가, 스토리텔링형 분석 모델을 결합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비즈니스 스피어로 불리는 사무 환경은 전 세계 50개 사무소에 설치돼 동시에 동일한 화면과 데이터를 보고 토론하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시나리오별로 '현상(what)·발생원인(why)·대안(how)'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분석 모델(sufficiency model)이 개발됐고 이러한 분석 모델을 가지고 최고 경영진, 지역(Region) 리더들이 필요로 하는 시사점을 발굴할 수 있는 분석 전문가들을 육성했다.
이러한 리얼 타임 경영 체계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어떠한 이상 징후가 발생해도 정확한 현상을 빨리 감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토론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월 단위로 6주 경과 후 제공되던 주요 데이터가 주 단위로 분석돼 제공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현상~발생원인에 대한 인사이트까지 제시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현상과 원인뿐 아니라 시나리오 기반의 미래 예측 결과도 제공된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분석 기법도 활용해 분석 모델의 대상과 정확성이 확대되고 있다.
리얼 타임 경영체계 구축을 위해 데이터를 잘 모으고 분석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시장을 잘 예측할 수 있을까" "생산 라인의 결함 해소를 위해 관리하지 않은 항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