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심박수나 피부 온도 같은 내 몸의 정보를 하나의 칩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반도체를 양산한다. 모바일이나 PC에 쏠려 있던 삼성전자 제품군이 바이오 분야로 넓어지는 것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9일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5종류의 생체신호를 칩 하나로 잴 수 있는 바이오프로세서(BP·모델명 S3FBP5A)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기존 착용형 기기(웨어러블)에 들어가는 센서 칩과는 달리 하나의 부품에 다양한 측정·연산장치와 메모리까지 통합됐다. BP는 △체지방·골격근량 △심박수(PPG) △심전도(ECG) △피부온도 △스트레스 반응(GSR) 등 총 5종류의 신호를 수집할 수 있다. 이번 제품은 현재까지 양산 중인 제품 가운데 단일 칩으로는 가장 많은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별도의 알고리즘(연산과정)을 토대로 두 가지 이상의 측정 정보를 분석해 새로운 데이터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웨어러블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자사 최신 스마트워치와 건강관리용 웨어러블에 우선 탑재하고 점차 글로벌 웨어러블 제조사에 대한 공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칩을 탑재한 기기의 등장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삼성은 내년 1월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6'에서도 해외 고객사에 이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일반에는 전시하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신제품은 크기도 기존 대비 4분의1에 불과하고 전력효율과 가격 역시 경쟁력이 높다"며 "현재 적극적인 해외 홍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첫 BP 생산을 계기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위상을 키우고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웨어러블용 반도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다양한 기기에도 이 제품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13억5,300만달러(약 1조5,800억원)인 건강관리 웨어러블용 반도체 산업규모는 2019년 25억1,000만달러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