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상 최악의 파업사태를 주도했던 이헌구(46)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파업자제 등을 명목으로 회사 측에서 수억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며 검찰에 전격 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특히 검찰은 당시 노조 사무국장이었던 박유기 현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도 이번 사건과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전면 확대하기로 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16일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회사 측에서 2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현대차 10대 노조위원장이었던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역대 현대차 노조위원장에 대해 개인비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03년 7월 말 경남 양산시 통도사 인근 암자에서 회사 측 고위관계자와 만나 ‘파업을 철회하고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상을 잘 이끌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벌이다 2003년 6월2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이 전 위원장이 돈을 받은 직후인 8월5일 25일 만에 파업을 끝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03년 파업의 경우 현대차 사상 최고인 1조3,000억원의 생산손실이 발생,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는 등 당시 집행부는 사상 최악의 파업사태를 주도했었다. 이 전 위원장은 2005년 현대차 노조 취업비리 사건에도 연루돼 지금까지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아왔으며 검찰의 끈질긴 계좌추적을 통해 이번 금품수수 혐의가 밝혀졌다.
한편 불법파업을 강행 중인 현대차 노조는 이날 회사 측에 ‘조건 없는 만남’을 요구, 사측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파업을 볼모로 한 이 전 위원장의 개인비리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다수 노조원들의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극도로 커진 상태여서 17일로 예정된 파업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