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28일] 조선(造船) 한국

한국에 조선산업이 없다고 치자. 당장 무역수지가 흔들린다. 2005년 중 전체 흑자 232억달러의 68% 이상이 조선 부문에서 나왔다. 고용도 20만명이 넘는다. 주민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울산의 풍요도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만약’이라는 가정의 시간대가 짧다. 중화학공업 육성책이 나온 게 1973년. 불과 33년 전이다. 무리라는 안팎의 지적도 많았지만 국민들이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32년 전 오늘 마련됐다. 1974년 6월28일 울산에서 26만톤급 유조선 두 척이 명명식(命名式)을 갖기 위해 웅자를 드러낸 것. 국내 최대 기록 1만7,000톤보다 훨씬 컸다. TV 생중계를 통해 우리 손으로 만든 길이 345m, 높이 27m짜리 선박을 접한 국민들은 감격에 떨었다. 열광 속에 냉엄도 있었다. 다음날 서울경제는 축하사설을 통해 ‘국내 기술의 기여도와 순외화획득액’을 물으며 국산화를 주문했다. 조선산업 선구자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외국에 파견된 연수생들은 낮에 실습하고 밤에는 도서관을 뒤졌다. 현장에서는 하루 16시간씩 일했다. 현대중공업이 허허벌판에서 시작한 지 10년 만인 1983년 세계 1위 조선소에 올라선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초기와 달리 요즘에는 설계에서 원자재ㆍ완제품까지 고스란히 달러를 벌어들인다. 엔진은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조선의 질주는 지속될 전망이다. 설계와 시공의 유연성으로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과 기계공업 등 연관산업도 탄탄하다. 한국 조선산업이 움직일 때마다 세계 조선사도 새로 써진다. 족적 자체가 신화이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의 버팀목인 조선산업의 신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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