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컵특집/브랜드경쟁] <3> IT 허브국가들

[월드컵특집/브랜드경쟁]IT 허브국가들 일관된 정책 펼쳐 '꿈'을 현실화 지난 98년 IBM은 창사이래 최대 규모인 수백억달러 규모의 해외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지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 외곽에 위치한 디지털파크(산업단지). 휴렛팩커드도 지난해 12월 유럽 아웃소싱센터를 이곳에 마련하기로 했다. 이렇게 슬금슬금 아일랜드에 모인 다국적기업은 현재 1,230여개사에 달한다. 금융회사도 1,000여개가 활동하는 등 유럽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최근 GDP 성장률은 평균 9% 이상. 여타 유럽국가들의 세배 수준이다. 아일랜드가 다국적기업의 유럽거점으로 각광을 받게 된 배경은 낮은 세금과 양질의 노동력, 잘 구축된 통신인프라. 이 나라는 원래 이렇다할 산업기반이 없는 전형적인 농업국가였다. 만성적인 실업문제 등으로 아일랜드는 우리보다 10년 앞서 지난 8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당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회생 불능'이라고 고개를 저었을 정도다. 하나의 국가가 불과 10년만에 이처럼 180도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한 기획과 실천의지의 힘. 아일랜드는 90년대 들어 'e커머스 강국'플랜을 마련하고 이를 착실히 진행했다. 투자개발청(우리로 치면 산업자원부)이 직접 더블린 외곽에 대규모 디지털 산업단지(National Digital Park)를 조성했다. 동시에 법인세를 10%로 대폭 낮췄으며 통신 인프라 등 기반시설을 구축했다. 정부 관료들의 적극성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IBM을 유치할 당시 베르티 아헨(Bertie Ahern) 총리가 IBM 책임자들을 상대로 일일이 투자매력을 설명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 이 나라 고위관료들이 몸으로 보여준 투자유치 노력은 이밖에도 무수하다. 아헨총리가 클린턴 미국대통령을 만났던 지난 98년 정상회담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은 아일랜드의 'e커머스 천국'플랜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아일랜드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그 자리에서 협조방안에 서명했을 정도다. "현재의 아일랜드는 정부와 기업 모두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 10년넘게 공을 들인 결과다. 집권정부가 바뀌어도 디지털파크로 대표되는 국가정책은 일관되게 추진했다"(피터 라이언 주한아일랜드 부대사) '세계 경제의 스폰지'중국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치밀하게 기획하고 꾸준히 실천한 결과물이다. 상하이 포동지구는 중국의 노력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덩샤오핑ㆍ장쩌민 주석 등 중국 실력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포동을 방문하며 뉴 차이나의 전초기지로서 세계에 소개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상하이를 경제, 금융, 화물수송, 무역 등 '4개 분야의 중심 도시'로 부각시키기 위해 국가홍보를 위한 각종 국제행사는 최우선적으로 상하이에서 개최했다. 저렴한 임금과 물류비용, 편의성에 맞춘 항만개발, 게다가 정부의 주도면밀한 외자유치 노력이 보태지면서 다국적기업의 중국 러시를 이끌어 냈다. 상하이는 지금 코카콜라, 알카텔, 필립스 등이 아시아지역 본부를 마련했으며 DHL, 모토로라, 보쉬, 코닥 등도 지역본부의 상하이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포츈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250여개사가 이곳에 진출해 있고 70여개국의 7,000여개 기업이 지금까지 360억달러를 투자했다. 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부상한 것도 인도 정부의 주도면밀한 기획과 의지가 바탕이 됐다. 인도는 90년대초부터 소프트웨어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기본 정책을 입안,전국 주요도시에 소프트웨어 전문단지(STPIㆍSoftware Technology Parks of India)를 설치했다. 또 주정부 단위로 IT 특별전담팀을 두고 소프트웨어 기업을 지원했다. 특히 IT관련 수입품에 대해서는 무관세율을 적용하고, 소프트웨어 수출로 벌어들인 이익에는 소득세를 면제해 줬다. 첨단 빌딩에는 24시간 전력공급이라는 파격적인 지원과 초고속 통신망 설치, 수출입 절차 간소화 등 전방위 지원이 펼쳐졌다. 중앙정부와 지역정부의 치밀한 계획과 노력은 지난 5년간 인도 소프트웨어 수출을 연평균 50%씩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세계 굴지의 다국적기업은 물론 100여개 국가에 인도산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세계적인 시장으로 발전했다. 소프트웨어 수출강국 인도, 유럽의 허브국 아일랜드, 세계의 성장 엔진 중국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특별취재팀 김형기팀장 kkim@sed.co.kr 이규진기자 sky@sed.co.kr 홍병문기자 goodlife@sed.co.kr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최원정기자 baoba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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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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