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동십자각/4월 07일] 이통사의 족쇄 풀어야

이동통신시장이 난리다. 최근 이동통신시장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보조금 금지 폐지, 의무약정제, 자사 간 유심(USIM) 개방 같은 용어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면서 시장의 흐름이 한순간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과 4월을 비교하면서 ‘천당과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단말기만 해도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 나가면 ‘공짜’ ‘완전 공짜’ ‘밑지고 팔다가 망한 대리점’ 같은 단어들이 줄줄이 눈에 띄었지만 이제는 눈 씻고 찾아보려야 볼 수 없다. 각종 언론에서도 ‘시장 혼탁’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이제 새로운 이통시장의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생각마저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새 질서를 어떻게 느낄까. ‘이제 이통사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겠구나’라고 생각할까. 한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한 이통사에서 의무약정제도를 도입하면서 약정할인의 폭과 대상을 ‘이용요금이 많은 고객’으로 선정했다. 연간 90만원을 쓰면 18만원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지원해주지만 연간 60만원 이하로 사용하면 10만원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업자는 번호이동을 하거나 기기변경을 할 때보다 3세대(3G)로만 신규 가입할 때 4만원을 더 주겠다고 발표했다. 두 사업자 모두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했는가 하는 점은 안중에 없었다. 뿐만 아니다. 용산 전자상가와 같은 집단 상가에서 소비자는 ‘고객’이 아니라 ‘봉’으로 전략했다. 경쟁이 치열할 때는 가입자를 모집하기 위해 “아무 조건 없습니다”를 외쳤던 대리점들도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요금제는 꼭 가입해야 하고요, 이 부가 서비스도 한 달 이상 써야 해요”라고 말한다. 의무약정 가입은 거의 필수처럼 돼 있다. 약정할인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것은 무시하고 의무약정을 들이미는 게 지금 시장의 모습이다. 이통사들은 정부의 규제가 풀리면 요금인하는 물론 고객 서비스 개선에 발벗고 나서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해왔다. 이제 보조금 규제도 풀렸고 의무약정도 다시 부활했다. 법적인 절차 때문에 아직 요금인가제라는 규제가 남아 있지만 이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질 대상이다. 사실상 정부 규제라는 ‘족쇄’는 사라진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통사가 화답할 때다. 소비자들도 이제 ‘이통사의 족쇄’로부터 풀려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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