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내면세점의 면허기간을 다시 10년으로 되돌리려는 것은 5년마다 원점에서 재심사해 소수업체에 사업권을 주는 현재 방식으로는 면세점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여론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학계와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면허기간인 '5년'이 너무 짧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된 후 발견되지 않았던 문제점들이 올해 사업자 재심사 과정에서 첫 탈락자가 나온 후 대거 불거지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 정책이 갈팡질팡한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30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면세점 사업자의 면허 발급요건, 면허 기간, 수수료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내년 7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면세점제도개선TF가 10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통해 발표한 독과점 사업구조 개선 방안에다 면허 기간과 면허 발급요건 등이 새롭게 추가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현재 5년인 면허 기간을 10년으로 되돌리고 사업자를 재심사하는 과정에서 기존 업체의 운영 경험 등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가다. 롯데·SK 등 기존 사업자들이 면허 재심사 과정에서 신규 사업자들과의 경쟁에 밀려 고배를 마시면서 고용 승계와 쌓여 있는 재고 처리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면허 기간을 늘리는 것 외에도 업체를 선정할 때 기존 업체에 추가 배점을 주는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면허 기간을 다시 원위치시키는 방향이 정부가 추진 중인 면세점 사업자 독과점 규제 방침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매출액 기준으로 롯데가 전체 시장의 50.8%, 신라가 30.5%로 두 업체의 비중이 81.3%에 달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존 업체의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일정 매출 이상 사업자의 참여 제한 △면허 수수료 인상을 통한 이익 환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면허 기간 연장 방침과 맞물려 최종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등 10명은 18일 면세점 면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 역시 면허 수수료를 높이는 대신 기간을 늘리는 등의 제도 개선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단순히 면허 기간을 늘려주기보다는 사업자의 경쟁력 등 시장논리에 따라 사업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전국 20개(대기업 11개, 중소·중견기업 9개)인 시내면세점의 숫자를 현실에 맞게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고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신규 면세점 개설 수요가 많다는 점을 반영해 기존 기준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현행 기준인 관세청의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해당 광역지자체 면세점 이용자 수와 매출액에서 외국인 비율이 각각 50%를 넘고 그 지역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늘어나야 신규 면세점 지정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면허 발급요건이 완화될 경우 7월 서울 3곳, 제주 1곳 등 총 4곳이 선정될 당시 제외됐던 부산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올해만 3곳이 추가돼 이미 8개(대기업 6개, 중소·중견 2개)가 된 상태라 기준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추가 면허 여부는 불확실하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