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하루도 못 간 '위안부 합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공식 제기된 지 24년여 만에 한일 양국이 해결 원칙에 합의했지만 일본에 밀린 불완전한 협상이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일각에서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행 의지를 확실히 담보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나눔의집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29일 "모호하고 불완전한 협의를 얻어내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내건 약속은 가히 충격적"이라며 "되로 받기 위해 말로 줘버린 굴욕적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조차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있는 데 대해 이들 단체는 "역사적 상징물이자 공공의 재산인 평화비를 두고 정부가 철거나 이전을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에 나섰지만 난항이다. 정부는 29일 외교부의 임성남 1차관과 조태열 2차관을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내는 서울 정대협 쉼터와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 각각 파견했다. 이들은 이번 위안부 협상에 대해 "보시기에 부족한 것이 많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식통은 "오늘 차관을 시작으로 장관은 물론 황교안 국무총리도 조만간 할머니들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위안부 할머니들로부터 "협상 타결 전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정부끼리 속닥속닥했다"는 비난을 받았을 뿐이다.

정치권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타결 과정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야당은 정부가 사과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부당하고 굴욕적인 협상에 대해 사과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역사를 정치화한 미숙함이 불러온 외교 참사"라고 꼬집었다.

일본이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단어를 넣는 데 집착한 이유는 분명하다. 협상 타결 직후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사죄'와 '반성'은 입에 올리지 않은 채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끊임없이 사죄하는 독일처럼 역사에 종지부는 없다. 정부의 이번 협상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합의'라는 명분마저 저버린 총체적인 부실이었다.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에 합의한 것은 큰 문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분노만 더욱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외면한 채 협상 결과를 홍보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재협상을 하는 것이 맞다.

문병도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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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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