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값이 지난 6년간 40%나 상승한 것은 결국 제분업체들의 담합행위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밀가루 공급 물량과 가격을 담합한 8개 제분업체에 대해과징금 434억1천700만원을 부과하고 6개 사업자와 5개 업체 대표를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분업체들은 생필품이자 식품산업 주 원료인 밀가루를 대상으로 2000년 이래 담합 행위를 벌여 소비자들에게 최소 4천억원의 피해를 끼쳤다.
◆ 밀가루 업체 조직적 담합 = 공정위는 지난 2004년 제분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한 것을 계기로 직권조사에 착수해 1년여만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시장점유율 99%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제분, 동아제분, CJ, 한국제분, 영남제분,대선제분, 삼양사, 삼화제분 등 8개 업체가 조사 대상이 됐다.
이들은 2000년 12월, 2001년 2월, 2002년 9월, 2003년 4월, 2004년 3월 5차례에걸쳐 대리점용과 가정용 등의 밀가루 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이 가운데 삼양사를 제외한 7개사는 대표자와 영업 임원, 영업부장 회의 등을거쳐 2000년과 2001년에 가격을 올렸고 2002년 이후에는 삼양사까지 가세해 가격을인상했다.
가격 인상의 근거로는 국제 원맥가격 상승과 해상운임비 급등을 들었다.
이들은 또 회사별 공급 물량을 정한 뒤 주기적으로 경쟁사를 방문해 원맥도입량과 가공량, 재고량 등을 검사하는 `실사'를 했으며 2002년 이후에는 연말에 각 사의원맥 가공량을 집계해 초과/부족량을 산출한 뒤 다음해 계획에 반영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업체별로 ▲대한제분 121억6천400만원 ▲동아제분 82억3천600만원 ▲CJ 66억3천만원 ▲한국제분 47억6천600만원 ▲영남제분 35억1천600만원 ▲대선제분 32억3천만원 ▲삼양사 32억300만원 ▲삼화제분 16억7천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CJ와 삼양사를 제외한 6개 업체와 담합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삼화제분대표를 제외한 5명의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검찰에 고발되면 3년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CJ와 삼양사는 작년 9월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하고 가격을 내리는 등 시정에 나서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J 임직원 2명이 관련 서류 일부를 외부로 빼돌려 폐기하는등 조사를 방해했다가 각각 1천만원의 과태료를 받은 것 등을 고려하면 CJ에 대한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밀가루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 밀가루 가격이 5차례 계단식으로 인상되면서 밀가루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00년 1월 이래 40%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공산품 평균 상승률 10%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공정위는 대표 품목인 중력 1등급 기준 20kg 공장도 가격이 특정회사의 경우 2000년 8천150원에서 2004년 1만1천450원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과 관련된 매출액은 총 4조1천522억원으로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규모가 관련 매출의 15~20%에 달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을적용하면 이번 사건에 따른 소비자 피해는 4천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과, 제빵사들이 밀가루 가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한 것까지 고려하면피해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04년 4월 밀가루 가격이 올라간 뒤 농심과 삼양라면 등이 라면 값을 8% 올렸고 던킨도너츠는 도너츠 가격을 20% 인상했다.
또 롯데제과와 해태제과가 각각 몽쉘과 오예스 가격을 올렸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인기있는 시리얼 가격도 상승했으며 오리온은 포카칩 용량을 줄였다.
공정위는 담합이 깨지고 경쟁이 심화되면 밀가루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