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업자 어디로(대량감원시대)

◎“해외서 새 인생” 이민 행렬/개인택시 인기… 재취업 전문학원 줄이어/“투기로 한몫” 과천경마장 퇴직자로 붐벼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산업현장의 감원 태풍은 이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에 따른 구조조정 가속화와 맞물려 거대 실업자군을 낳게됐고 특히 화이트칼라의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최근 40∼50대의 고개숙인 아버지들의 좌절담이 신문, 방송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채용박람회와 창업강좌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있다. 특히 재취업을 원하는 실직자들은 컴퓨터, 운전, 미용, 요리학원 등을 노크, 생존티켓을 따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또 주식과 경마 등 투기로 한밑천 잡아보겠다는 투기파도 만만치 않다. 매주말 과천경마장에는 중도퇴직한 직장인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달리 익힌 기술이 없는 대기업 사무직 출신들이다. 경마에 재미를 붙인 실직자들은 그런대로 요령 껏 버티고 있지만 주식에 손을 댄 실직자들은 주가폭락으로 벼랑끝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강남 신사동 대우증권 P대리는 『지난해부터 회사를 그만 둔 실직자들이 퇴직금을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많이 찾아 왔으나 최근 주식폭락으로 모두 엄청난 손해를 보고있다』고 말했다. 실제 15년간 K투자신탁을 다니다 인사적체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던 최모씨(41)는 당시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 두었던 가계자금 1억여원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가 패가망신 했다. 그런가 하면 차제에 아예 이민수속을 밟아 해외로 빠져 나가려는 실직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 J해외이주공사 S과장은 『현재 이민을 수속중인 사람만도 50여명에 달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최근 실직됐거나 현직장에서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는 40대의 중견간부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부동산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강남 부동산소개소의 K씨는 『IMF 구제금융파동이후 다소 뜸해졌지만 몇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지에 모텔 등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며 『이들 대부분이 은행이나 대기업 고급간부 출신들』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민행렬은 외화의 해외유출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외환위기의 한 원인으로 설명되고 있다. 또 서울 도봉구 방학동 국도운전학원 김진호 총무부장은 『최근 택시기사가 되겠다며 1종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한달에 20여명 정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총의 고급인력정보센타에는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으로 중도 해직한 고급·중견인력들의 구직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고급인력정보센타 전대길 소장은 『올해들어 월평균 1백30명 가량이 찾아와 구직을 신청, 지금까지 모두 3천8백여명에 달하고 있다』며 『특히 7월 이후부터 급증, 10월에는 1백92명에 달했다』고 말했다.<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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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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