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업자를 선정하려면 1년도 넘게 남았지만 벌써부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각 업체들이 대규모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난리법석이다.IMT-2000 사업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앞으로 통신사업을 펼쳐나가는 데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IMT-2000 사업권」은 기존 통신업체로선 목숨이 걸린 「생존권」인 셈이다.
그런데 LG텔레콤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남용(南鏞) 사장을 비롯해 고위 관계자들은 함구령이라도 내려진 듯 말을 삼간다.
왜 그럴까. 과거 PCS 사업권 후유증 때문이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자신감 때문이다. LG텔레콤은 IMT-200O 사업권 가운데 하나는 당연히 LG의 몫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현재 IMT-2000 사업권을 향해 군불을 지피고 있는 업체들을 보라』고 말한다. 『군불을 많이 지피는 업체일수록 사실 IMT-2000 사업권과는 거리가 먼 업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통신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누구나 당연히 사업권을 획득할 것으로 생각하는 한국통신의 경우 괜히 군불을 지펴 덧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용히 있다는 뜻이다. LG도 그렇다는 얘기다.
결국 「정보통신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그룹의 역량,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LG가 IMT-2000 사업권을 못따면 누가 따겠느냐」는 입장인 셈이다.
그렇다고 LG텔레콤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난히 IMT-2000을 획득할 자신이 있는 만큼 안으로는 그 준비 또한 철저하다.
LG텔레콤은 사실 현재의 PCS망을 구축할 때부터 IMT-2000 사업을 염두에 뒀다. 앞으로 IMT-2000 사업을 시작할 경우 기존 PCS망과 자연스럽게 호환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LG텔레콤은 또 관계자인 LG정보통신과 공동으로 동기식 및 비동기식 IMT-2000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이미 안양연구소에서 IMT-2000 실험국을 운영하고 있다.
LG텔레콤은 특히 96년 10월 김윤관 상무보를 미국에 파견, 국제 IMT-2000 표준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金상무보는 특히 98년말 세계 이동전화 사업자 모임인 OHG 발족에서부터 99년5월 토론토 회의까지 IMT-2000 통합 표준화 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지난 6월 표준안을 마련했다.
LG텔레콤이 IMT-2000 사업을 준비하면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기본적인 시스템과 통신망 기술 외에 컨텐츠를 중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이는 LG가 당장의 사업권 획득보다 IMT-2000을 조기에 상용화하고 빠른 시일 내에 이를 수익성있는 사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IMT-2000은 결국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이기 때문에 컨텐츠가 사업 성공의 최대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터넷을 비롯한 유용한 정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해야만 IMT-2000이 기존 이동통신과 차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LG는 이를 위해 현재 제공중인 무선 인터넷 서비스 「019 이지웹」의 110개 컨텐츠를 IMT-2000의 전(前)단계 서비스로 확정하고 연말까지 이를 300개로 늘린 뒤 차세대 서비스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LG텔레콤은 21세기 사활이 걸린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 절대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보고 있다. LG텔레콤 연구원이 안양 중앙연구소의 IMT-2000 실험국에서 동영상 전송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