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의 메인 테마'] 디자인 토양 풍성하게 만들자
'디자인 산업 세계화' 지원 시급…발전기구 설립·제도 정비·예산지원등 절실日선 '신 일본 양식' 새 국가브랜드 구축나서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일본이 제2의 디자인 혁명을 시작하고 있다.”
정국현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인전략팀장(전무)은 지난 8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제1차 코리아 디자인 포럼’에서 일본의 ‘뉴 디자인’ 실험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일본의 소니 디자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 고위 임원의 발언치고는 이례적이다.
그가 일본의 디자인 전략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
◇‘신일본 양식’이 몰려온다=정 전무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존의 ‘메이드 인 재팬’을 뛰어넘는 개념으로 ‘네오 재패니스크(Neo Japanesqueㆍ신일본 양식)’ 전략을 들고 나왔다. 정 전무는 이를 두고 “일본이 문화디자인 전략에 변화를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네오 재패니스크 태스크포스(TF)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2~3월에는 태국에서 ‘일본 디자인DNA’라는 전시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요타자동차ㆍ마쓰시타 등 일본 내 주요 12개 기업들과 문화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향후 3년간 새로운 국가 브랜드 구축 작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무는 “치밀하고 정교한 일본 제품 이미지에 일본 전통공예의 장점을 가미해 신일본 양식을 글로벌화하겠다는 게 네오 재패니스크 TF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기술의 한계를 넘어 디자인으로 세계 명품을 만들겠다는 일본의 의지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도 향후 10년 안에 전세계 상품의 경연장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에서 살아남는 것이 곧 세계 표준이라는 인식으로 중국 시장을 파고들 디자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부족한 디자인 경쟁력=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디자인 수준은 선진국의 80% 정도로 아직은 선진국과의 디자인 격차가 상존한다. 삼성ㆍLG 등 대기업의 일부 품목들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세계적인 디자인 및 브랜드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업의 디자인 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도 매출 대비 디자인 투자비율은 2% 안팎에 불과하다.
디자인 전문회사들의 경우도 급증하는 수에 비해 규모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자본금 규모 1억원 미만의 영세 업체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70~80%가 5명 미만의 디자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총리 직속의 통합 디자인발전기구 신설과 법제도 정비 및 예산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초ㆍ중학교 때부터 디자인 조기교육을 통해 디자인 마인드를 배양하고 퇴직 디자이너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국가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경원 KAIST 교수는 “국가디자인위원회를 설치하고 마스터플랜 및 로드맵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며 “특히 디자인 산업의 세계화를 위한 예산지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력시간 : 2006/06/29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