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정도 예상보다 훨씬 심각/「창구지도」론 한계”

◎은감원,제일·서울은 경영개선 권고/고정여신포함 부실비율/도저히 공개못할 수준/강도높은 자구 불가피금융관계자들은 은행감독원의 「경영개선권고」 조치 결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의아해 하는 모습들이다. 금융기관 감독규정 24조에 규정된 경영개선권고 조치라는게 지금까지 한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황때문에 은감원이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취한 이유가 주목되고 있다. 과거 경영개선권고를 할만큼 경영이 부실한 은행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창구지도라는 비공식적 수단으로 같은 효과를 얻어왔기 때문에 굳이 공식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실정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대해 관례대로 창구지도를 통해 자구계획을 촉구했고 진행상황을 지켜봐왔다. 공식적인 경영개선 권고가 자칫 이들 은행의 대외신인도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정부 일각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은감원이 면피성 조치로 자신들의 위신만 세우려 한다』고 비난하는 것도 이같은 경위때문이다. 그러나 은감원은 『비공식적 창구지도만으로 감당하기엔 이들 은행의 경영상태와 금융시장 전체의 흐름이 너무 나쁘다』며 이번 조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은감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상반기 적자규모는 각각 3천5백65억원, 1천3백9억원, 6월말현재 부실여신비율은 각각 5.2%, 3.9%에 달한다. 적자규모가 크긴 하지만 과거 은감원이 보여온 행태에 비춰볼 때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취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은감원이 발표한 자료만으로는 예민한 사안을 덮어두는데만 익숙한 은감원이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 은행의 부실정도가 은감원 발표내용보다 훨씬 심각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식 발표보다 이들 은행의 경영내용이 훨씬 악화되어 있어 도저히 더이상 창구지도라는 비공식적 조치로 눈가림할 수 없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은감원은 당초 선진국기준에 맞춰 「고정여신」을 포함한 부실여신비율을 지난달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이들 은행의 부실여신비율이 도저히 공개할 수 없을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영개선권고 조치는 은행감독원의 의도와 무관하게 앞으로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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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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