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러시아] 정-재계 권력투쟁 본격화

구 소련 붕괴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봉착한 러시아가 이번에는 정·재계간 권력투쟁에 휘말리고 있다.위기의 러시아를 이끌고 있는 프라마코프 총리측과 경제난의 대표적인 주범으로 손꼽히는 올리가르히(과두지배세력)인 베레조프스키간에 세력다툼이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검철청은 2일 내무부, 연방보안국(FSB)과 공동으로 러시아 거대 석유기업이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소유하고 있는 「시브네프티」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번 수색의 목적은 베레조프스키가 운영하고 있는 사설 경호회사인 「아톨」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그의 가족에 대한 불법도청했는지를 가려내는 것. 검찰청은 시브네프티 사무실에서 불법 녹음된 대화들이 담긴 도청장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수색이 실시된 이날 유리 스쿠라토프 검찰총장이 베레조프스키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다 실패, 사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더하고 있다. 이번 시브네프티사에 대한 압수 수색으로 표면화한 이들 두사람간 대립은 지난해 9월부터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알려진대로 베레조프스키는 자신의 세력권에 들어있지 않은 정·재계인이 거의 없을 정도인 러시아 정·재계의 최고 막후 실력자. 옐친대통령과는 지난 96년 대통령선거 당시 막대한 선거자금을 제공, 독립국가연합(CIS) 사무총장이라는 자리까지 얻었고 크렘린내 실세인 옐친의 둘째딸인 타타냐 디야첸코까지 포섭했다.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는 97년말 현재 베레조프스키의 재산이 3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은 베레조프스키의 영향권에 놓여있지 않은 그야말로 드물디 드문 인물이면서 러시아 최고의 정보·외교전문가인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 이들은 지난해 9월 베레조프스키가 프리마코프의 총리 지명때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부터 대립하기 시작, 이후 사사건건 악감정을 키워왔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베레조프스키가 소유하고 있는 러시아 3대(大) 방송사중 하나인 관영 ORT TV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최근 이 회사에 대해 임시 경영체제를 도입키로 정부가 결정하자, 베레조프스키는 지난 주말 ORT를 통해 이혼한 프리마코프 총리가 이혼녀인 국제항공위원회 회장과 결혼하기 위해 그녀의 아들을 「트란스아에로」항공사 사장으로 앉혔다는 폭로성 기사를 보도, 맞불을 지폈다. 베레조프스키는 나아가 최근 프리마코프의 총리직 사퇴를 공언하고 있으며, 옐친의 둘째딸 타티야나 디야첸코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2일 시브네프티사에 대한 전격적인 수색은 프라마코프 총리가 베레조프스키에게 보내는 일종의 강력한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문주용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