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JOB) 총재,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금리인상 랠리’가 계속되면서 미국ㆍ일본ㆍ유럽의 중앙은행 수장들의 한 마디에 증시ㆍ외환ㆍ채권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버냉키의 입’은 메가톤급 파워를 가지고 있다. CNN머니는 23일 한 조사결과를 인용해 “버냉키 의장이 최근 발언번복으로 인해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보다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버냉키의 잦은 실언을 꼬집은 ‘비아냥’이기도 하지만 최근 몇차례 이어진 ‘버냉키 쇼크’의 실상을 잘 지적했다는 평이다. 정기적으로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해 온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버냉키의 발언으로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0.27%포인트 움직이는 효과가 있었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은 “이번 조사결과 버냉키가 그린스펀보다 FOMC내에서 보다 지배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후쿠이 일본은행 총재도 최근 ‘무라카미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입김’을 과시하고 있다. 후쿠이 총재는 지난 1999년 무라카미 펀드에 1,000만엔을 투자해 큰 차익을 거둔 혐의로 사퇴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22일 그의 말 한마디는 추락하는 도쿄증시를 가볍게 떠받쳤다. 그는 이날 의회 증언에서 “자산시장의 가격하락을 예의 주시하겠다”며 금리공포에 짓눌린 시장에 숨통을 터 줘 닛케이지수가 3.36%나 급등했다. 트리셰 총재의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최근 6개월새 세 번이나 금리를 올리면서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했고, 현재 기준금리는 2.75%로 3년래 최고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최소 세 번 더 인상돼 3.25%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금융시장도 트리셰 총재의 발언에 일희일비를 거듭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