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이용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의 카드결제 택시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내 굴지의 카드사들이 낮은 카드 수수료율 등을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택시가 대중교통이고 택시기사들이 영세사업자인 만큼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카드사들이 시가 제시한 수수료율을 거부하거나 회사 내부 사정으로 참여를 관망하면서 카드결제 택시 사업은 결국 반쪽짜리로 시작하게 됐다.
4일 시에 따르면 현재 카드결제 택시 사업에 참여한 카드사는 삼성ㆍ현대ㆍ수협ㆍ롯데 카드 정도다. 비씨ㆍ국민ㆍ엘지ㆍ외환ㆍ신한ㆍ한미 카드와의 협상은 실패했다. 이들이 참여를 꺼리는 것은 수수료율과 내부 이해관계 때문. 택시조합과 시는 카드 수수료율 2.4%를 제시했지만 일부 카드사는 3~3.5% 수준의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수수료율이 3.5%일 경우 택시기사는 월 100만원을 벌 때 3만5,000원을 카드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밖에 카드 회사 내부적으로 가맹점 사업팀과 교통카드 사업팀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참여에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 한 관계자는 “택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3.5%의 카드 수수료율은 영세사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시가 제시한 2.4%가 결코 낮은 수수료율이 아니고 시민 편의를 위한 공공사업인 만큼 카드사들이 적극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드사와의 협상이 힘들어지며 카드결제 택시 도입시기도 결국 늦어지게 됐다. 시는 당초 이달부터 3,500~5,000대의 카드결제 택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이는 4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우선 4개 카드사하고만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장비설치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4개 카드로 카드결제 택시가 운영될 경우 시민들의 혼선이 예상된다. 평소 잦은 야근 때문에 택시를 주로 이용하는 정모(36)씨는 “카드 선택폭이 적은 택시를 타면 현금도 없이 탔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택시기사 김모(46)씨도 “손님이 탈 때마다 무슨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시의 한 관계자는 “카드 택시의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다른 카드사들도 곧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