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특집] '보험범죄' 현황과 대응방안

보험범죄가 판치고 있다.외국영화에서나 보던 보험금을 노린 살인과 완전범죄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보험범죄는 외국보다 정도가 심한 경우도 많아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엽기적인 사건, 사고의 대부분은 보험범죄와 연결돼 있다. 몇 푼의 보험금을 위해 친아버지가 아들의 고사리 손을 자르는 세상이다. 보험범죄의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에 보험금을 노린 범죄가 얼마나 기승을 부리고 있는지와 그 특징과 원인, 대책을 살펴본다. ◇급증하는 보험범죄= 과연 보험범죄가 얼마나 일어나는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우선 보험사들이 피해내역을 공개하기를 꺼린다. 피해액을 밝히려면 과정도 공개해햐 하는데 자칫 모방범죄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보험범죄 건수와 적발금액은 연 5,109건에 325억원. 하루 평균 14건, 9,000만원 꼴이다. 손보협회의 통계 비교시점은 97년4월에서 98년 3월까지 1년. 외환위기 이전 시기도 포함돼 있다. 살기가 어려워진 요즘에는 이보다 늘어나도 한참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생명보험을 더할 때 추정할 수 있는 보험범죄 금액은 상상하기도 여려운 숫자가 나오게 된다. 우리나라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외형규모 비율은 약 7:3정도. 더욱이 보험범죄가 개인 대상 보장성상품에서 주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보험업계에서 발생하는 보험범죄는 손보협회 발표금액의 10여배에 달할 것을 추정된다. 적발되지 않은 실제 범죄건수와 금액은 추정하기도 어렵다. 보험범죄가 급증하는 이유는 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보상금을 더 받아내려는 단순사기형보다 생활비 조달을 위한 생계형 보험범죄와 가족이나 폭력조직이 조직적으로 개입 하는 전문·지능형 보험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보험범죄의 해악= 보험범죄로 인한 피해는 보험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적게 보면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가고 크게는 사회전체로 피해가 확산된다. 우선 범죄를 통한 보험금의 부정유출은 보험사의 손해율을 악화시킨다. 보험사 부실의 원인이 될수도 있다. 보험사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밖에 없다. 소비자 부담은 자연스럽게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보험범죄는 비인륜적·비도덕적 행위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회윤리와 가치관의 붕괴 등 사회전체의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 지난해 발생한 친아버지에 의한 아들 손가락 절단 사건이나 수퍼마켓 주인의 발목 절단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안긴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보험범죄의 특징= 보험범죄·사기는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취할 목적으로 행하는 범법행위을 일컫는다. 보험사기가 범죄보다 보다 광범위한 개념. 보험범죄의 특징은 다른 범죄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는 점이다. 최근들어선 보급이 확산된 자동차를 매개로 하는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다. 사전에 치밀한 치밀한 계획이 동원되고 단독범이기 보다는 공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이나 평소 친분이 있는 특수관계인에 의해 발생한다. 보험범죄자들은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고 죄의식도 결여돼 있다. 금전 소유욕이 강하거나 빚같은 금전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험범죄는 사기적 보험계약 체결 보험사고의 고의적 유발 보험사고의 위장 또는 위조 보험사고 발생시의 범죄 등을 통칭한다. 이중 가장 악의적이고 문제가 되는 유형이 보험금을 노린 살인, 방화, 자해 등의 고의적 범죄로 최근들어 폭증하고 있다. ◇보험범죄 방지대책의 현황과 문제점= 보험범죄 급증에도 대비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계약 성사 단계에서 보험금 지급, 사후조사에 이르기까지 보험범죄가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을 그대로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보험범죄의 1차적인 이해당사자인 보험회사들의 언더라이팅 능력이 취약하고 관심도 적다. 언더라이팅이란 계약 이전에 계약상대방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 이를테면 암보험에 가입하려는 계약자에 대해 보험사가 이전에 암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지 술·담배 등 생활습관은 어떤지 등을 미리 파악하는게 사전심사, 즉 언더라이팅의 골자.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사들의 경우 이같은 사전심사를 거의 생략한다. 어찌됐든 계약고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외형실적위주의 경영이 보험범죄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험사중 경영 효율이 가장 높다는 한국푸르덴셜생명의 경우 계약의 90%가량이 유진단계약이다. 유진단계약이란 계약 이전에 건강진단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보험사의 유진단계약률은 2%수준도 머물고 있다. 사회적인 감시망도 허술하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가에서는 보험범죄의 예방과 검거를 중시, 검찰이나 경찰에 보험범죄 전담부서를 상설, 운용하고 있다. 보험감독당국에 조사권은 물론 수사권까지 부여하고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 보험범죄에 대한 수사는 개별 검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뿐이다. 때문에 보험범죄가 일어날 때 마다 담당 검사는 처음부터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도 지방 검찰별로 각기 인력을 투입하고 사건을 따로 파악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보험범죄에 대한 자료도 축적되지 않고 저마다 따로 관리해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보험범죄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하는 비효율적 대응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금융연구소는 우리나라 보험범죄 방지 대책의 문제를 네가지로 꼽고 있다. 첫째 대부분의 제도가 사후적인 정보의 제공에 목적을 두고 있어 보험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제도별 연계성이 미약해 효율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둘째는 보험사들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도 공조체제가 이루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업계간 자료공유가 영업비밀의 유출로 이어져 자신들에게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쟁심리가 깔려 있다. 셋째, 유관기관, 이해당사자간 업무 협조, 상호감시 체제가 미약하다는 점. 손보사들의 경우 병·의원 및 정비공장을 상시점검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등 자동차보험 관련 보험범죄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점검대상과 지역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넷째, 보험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조사 및 연구활동이 미진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의 조사·연구성과 마저도 그 결과가 정책이나 실무에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보험사 경영자들이 외형적인 영업 성과에만 메달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보험범죄 방지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범죄 방지대책= 우선 정부 차원의 방지대책이 필요하다. 보험범죄와 관련된 제반 법적 체계를 재정비, 보험범죄 관련 전문법을 제정하거나 기존의 상법과 형법 등을 개정해 보험사기·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감독당국에 보험범죄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검사권, 구속권 등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할 우선 과제. 진단서만을 전문적으로 발급하는 전문의제도를 도입해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부정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보험사간 역선택 우려 계약에 관한 정보 교환 범위가 넓어지고 생·손보협회를 중심으로 보험범죄 대책위원회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세부적 해결방안과 동시에 정부과 사법당국의 관심과 제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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