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학력 고실업/김성식 LG경제연 책임연구원(기고)

올 하반기 고학력자의 대량실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경제가 6∼7% 성장력은 유지하면서 매년 40만명 내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총량적인 면에서 봤을 때 아직 대량실업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나 고학력자의 실업증가는 지표상으로도 이미 상당히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하반기 고학력 상용직 취업경쟁률 8.5대1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다소 회복되면서 전체 실업률은 떨어지고 있으나 고학력자의 실업률은 3%를 훨씬 웃도는 등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취업시즌을 앞두고 더 높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연령계층별 실업률을 보면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대 초반의 젊은층 고학력자의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있고 20대 후반의 경우도 5% 내외로 높아져 고학력자의 신규취업난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활발해지면서 여성의 실업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고학력자의 취업경쟁은 사상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학력자 졸업생수와 노동부의 상용직 노동력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 고학력자의 취업경쟁률을 추정해볼 때 이들이 모두 고용형태가 안정적인 국내 민간기업의 상용근로직에 지원한다면 고학력자의 상용직 취업경쟁률은 대략 8.5대1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수요와 괴리된 교육제도가 주요인 이같이 고학력자의 인력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진으로 고학력자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급격히 둔화된 데 따른 것이다.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경영기조가 성장성보다는 내실과 수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올 하반기 30대 그룹은 인력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12% 정도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기에는 인력채용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하반기 대기업 채용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지난 81년 졸업정원제 실시이후 대학 입학정원의 대폭 증가로 고학력자의 인력수급 불균형이 누적된 것을 들 수 있다. 고학력에 대한 수요는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 고도화, 서비스화, 기술변화, 세계화 등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높은 교육열에 의한 고학력화 등 노동공급구조의 변화로 고학력자 공급이 산업사회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초과해온 것이다. 고학력 인력 내에서의 부문간 수급불균형도 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산업계의 수요와 괴리된 교육제도 때문에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첨단기술 및 과학인력에 대한 공급은 부족한 반면 갈수록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인문사회계 고학력자의 공급은 계속 증가하는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고학력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의 본질적인 문제는 경제성장에 걸맞게 개선되지 못한 교육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노동시장도 중개기능이 미약하여 늘어나는 고학력의 젊은인력을 충분히 유연하게 흡수하는 데 미흡했다. ◇인적자본 관점에서 수급불균형 대책 서둘러야 문제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고학력고실업 현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고학력 인력의 수급 불균형이 워낙 심한 데다 교육제도가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도록 근본적으로 개편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의 잇달은 부도와 산업구조조정의 영향으로 기존 고학력 화이트칼라 취업자의 실직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같은 고학력 젊은층의 실업은 그들의 생산기간이 성장년층에 비해 길고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방치한다면 경제 전체로 볼 때 막대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고학력 인적자본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직업정보 제공·중개기능 강화, 직업재교육 확대 등 노동시장을 보다 유연하게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교육제도를 포함해 노동공급구조가 산업수요에 부응하도록 개선하고 학력별 연공서열위주에서 능력주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등 노무관리를 혁신하도록 함으로써 노동계층간 단층현상을 완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인력자본 형성의 관점에서 고학력인력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60년 전남 나주 출생 ▲고려대 (경제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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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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