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동표 사로잡기

선거를 앞두고 실시하는 여론 조사는 당선 가능성에 대한 예비 신호를 보낸다. 조사야 현재의 흐름과 대세를 알려주는게 목적이다. 그렇지만 선거 게임의 최종 승패에 이런 조사가 절대적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체로 대세의 흐름대로 판결이 나긴 하지만 실상은 그 속에 허구가 숨어있다. 아무개가 대세라는 말은 곧 그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한다. 하나의 함정은 그로 말미암아 부동표가 쏠린다는 사실이다. 후보의 비전과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기왕 찍어 줄 것이면.'하고 대세를 타는 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러니까 당선자의 숫자상 유효투표 속에는 엄청난 거품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후보들이 막상 막하의 시소게임을 벌리고 있을 때는 대세를 암시하는 여론 조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난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른바 '대세론'에 반기를 들고 언론사 앞에서 이인제 후보가 시위를 벌린 것도 바로 이 선거군중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었다. 실제 선거판은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아슬아슬한 게임인데 제3 후보인 이인제 캠프가 왜 격렬한 항의를 했을까. 역 시너지 효과 때문이었다. 두 후보에 대한 갈등으로 엄청나게 존재하는 부동표가 자신에게로 몰릴 경우 당선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닐 듯 싶다. 어떤 여론 조사에서도 자신의 지지 성향을 나타내지 않는 유권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지지율에다 이 부동표가 가세하는 경우 어떤 후보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어 있다. 부동표를 겨냥해 후보 캠프는 여러 가지 작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아마 효과 적인 것은 정당 조직을 통한 득표전략과 언론 플레이 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언론 플레이는 폭발력이 크고 전파력이 대단하다. 따지고 보면 끝없이 계속될 듯한 여야의 폭로전과 그 보도들은 12월 대선의 득표 전술이다.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포지티브 전략이 아니라 어느 쪽이 더 형편없느냐의 네거티브 전략이다. 이러다 보면 정치에 대한 부정 심리가 증폭되고 선택의 갈등 때문에 부동표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야간 불법 탈법 사건에 대한 공방은 제3 지대에서는 흥미가 있고 자극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조성되는 대세와 그 대세를 타고 당선되는 대통령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까. 창조적일까 파괴적일까. 다음시대를 이끌 멋진 구호라도 하나 등장해 그걸로 부동표를 몰아들였으면 좋겠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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