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효율적 시장은 '자유+계획'에 있다

시장의 탄생<br>존 맥밀런 지음, 민음사 펴냄<br>"극좌는 빈곤 고착화 우려 정책에 매달리고<br>자유방임주의자는 시장붕괴 시스템에 연연<br>고통 있더라도 시장 재설계로 경제 살려야"



효율적 시장은 '자유+계획'에 있다 시장의 탄생존 맥밀런 지음, 민음사 펴냄"극좌는 빈곤 고착화 우려 정책에 매달리고자유방임주의자는 시장붕괴 시스템에 연연고통 있더라도 시장 재설계로 경제 살려야" 1990년대 초반 베트남. 트럭들이 차례차례 가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트럭을 공급한 소련이 붕괴되는 통에 부품을 구할 수 없었던 탓이다. 혼란에 빠져 있던 어느날 갑자기 거의 모든 트럭이 씽씽 내달리는 기적이 일어난다. 다급해진 정부가 트럭의 개인 소유권을 인정한 덕분. 시장의 힘이다. 시장이란 무엇일까. 신간 번역서 '시장의 탄생'에 따르면 경제 기적의 원동력이다. 저성장의 원인도 '온전히 자유로운 시장 경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전히 자유로운 시장 경제'란 무엇인가. 올 3월 작고한 저자 존 맥밀런(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의 입을 빌리자. '완전한 자유방임은 위험하다. 국가 또는 정부 그리고 시장은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시장 전체가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점에 이 책의 묘미가 있다. 경제 구조, 온전한 시장이란 자유방임 아니면 계획 경제로 이분화하는 게 아니라 그 적절한 혼합에 있다는 게 요점이다. 시장을 옹호하면서도 제 3자적인 시각으로 경제의 제반 문제를 풀어 나가는 저자가 '두 가지 역설'이라며 소개한 대목이 흥미롭다. '빈곤을 혐오한다는 극좌는 빈곤을 되레 고착화할 가능성이 잇는 정책에 매달린다. 시장을 높이 평가하는 자유방임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시스템에 연연한다.' 시장은 국가나 이념체제도 넘는다. '빨갱이' 국가인 중국이 고성장가도를 달리는 동안 '민주주의로 전환한 러시아의 경제가 죽을 쒔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효율적 시장의 존재 여부가 명암을 갈랐다. 공산주의 이념을 유지하면서도 점진적으로 시장 메커니즘을 구축한 중국이 급진적으로 시장시스템을 도입한 소련보다 활기 찬 경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경제를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려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원서의 제목이 바로 'Reinventing the Bazaar'. 시장의 재설계나 재구성으로 옮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을 뜻하는 마켓(Market)를 사용하지 않고 고대 페르시아의 시장에서 형성된 단어인 바자(Bazaar)를 선택한 것은 시장경제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등 정책 결정 관계자에게는 '시장 설계 지침서'로, 학생들에게는 시장의 역사와 현실을 이해하는 분석서로, 투자자에게는 제대로 된 기업이나 투자 대상국을 정하는 나침반이 될만한 책이다. 시장 재설계의 최대 난제는 고통을 수반한다는 점. 가장 성공적인 시장경제 구축사례로 꼽히는 뉴질랜드의 공공부문 개혁도 초기 10년간은 성과가 없어 반발과 사회갈등을 낳았다. 고통 없는 개혁, 산고 없는 시장의 탄생은 어렵다는 얘기다. 화가 램브란트와 '음악경제학' 용어를 낳았던 헨델에서 통신주파수 판매, 일본의 생선시장, 네덜란드 화훼시장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자료를 담았음에도 색인이 없다는 게 흠이다. 입력시간 : 2007/09/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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