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경기와 대선의 함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확정됐다. 이제 범여권의 후보가 나오면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향후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아주 거친 레이스가 시작될 참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후보와의 치열한 전투를 이길 수 있었고 대중적 인기도 높은 데는 그의 기업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결정적이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 앞에는 경제라는 닉네임이 언제나 훈장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참여 정부의 경제정책에 국민들이 큰 불만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한쪽에서는 광주 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가 수백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경제 살리기’룰 내세워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을 대비해 보면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로 접어든 것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여전히 이념적 혼돈 속에 놓여 있는 듯도 하다. 어쨌든 60%에 육박하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에서 우리는 2007년 8월 대한민국이 경기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못 살겠다, 갈아보자”로 대표되는 경제적 선거 구호는 자유당 시절부터 야당이 입에 붙이고 다니던 말이었고 개발이 본격화된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수십년간 우리 정치사는 ‘민주 대 독재’라는 큰 틀에서 움직였지만 ‘경제적 요인’에서 어찌 벗어날 수 있었겠는가. 5ㆍ16 군사정변이 가능했던 것은 자유당 시절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민중의 고난이 자리잡고 있고 영원하게 지속될 것 같던 유신 정권이 부마항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때가 바로 오일 쇼크로 인한 경제 위기가 본격화됐던 시점과 맞물려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점에는 언제나 경제위기가 사회를 뒤엎었던 연관관계를 결코 우연으로 넘겨서는 안된다. 전두환 군사정권을 당장 끝장낼 것 같았던 6월 항쟁의 열기가 민주세력의 분열로 정권교체 실패로 귀결됐지만 공교롭게도 당시 한국경제는 이른바 ‘3저 호황’이라는 이름으로 흥청거리고 있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태우라는 또 한 사람의 군출신 대통령이 등장하게 된 이유를 따질 때는 경제가 잘 돌아가 정권교체 에너지가 그만큼 약해진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어찌 보면 최초의 정권교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국민의 정부 등장 이면에는 건국 이래 최악이라는 ‘IMF 사태’ 경제위기가 있었다. 우여곡절끝에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데는 6~7%라는 고도성장의 뒷받침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경제는 정권 교체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 들일 만큼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때문에 참여정부 임기 내내 경기가 활기를 잃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이제 정권교체는 따놓은 당상인가. 한나라당에는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 4% 중반은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사람들이 목놓아 통곡할 그런 정도는 아니다. 앞에서 여러 차례 예를 들었지만 경제적인 요인만 따져 보면 정권교체가 저절로 이뤄지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은 조용하고 급등락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주식시장도 연초에 비하면 활황이다. 경기는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가 대세다. 때문인지 경제위기 때문에 여권 사람들이 정권을 미리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2007년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이 정권교체가 저절로 이뤄질 정도로 그렇게 나쁘지 만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이명박 후보가 경제적 이슈에만 매몰돼 대선을 치르려고 한다면 여러 가지 복병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정치의 풍향을 예단하기에 4% 중반대의 성장률은 정말 애매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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