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 리더] 피에르 이브 아르젤 로레알 코리아 사장

"로레알 제품 약국에도 있어요"로레알의 제품들은 백화점 뿐 아니라 헤어살롱과 슈퍼마켓 심지어 약국까지 어느 곳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로레알그룹이 다양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이미지와 마케팅을 차별화하고, 브랜드별 컨셉에 맞춰 각각의 유통 경로로 제품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피에르-이브 아르젤(44) 로레알코리아 사장은 한국 화장품 시장이 지난 몇 년간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유통 경로가 다양해진 것이라고 꼽았다. 예전에는 화장품 가게나 백화점이 제품의 중요한 유통 경로였다면, 이제는 수퍼마켓이나 약국, 헤어살롱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소비자 개개인은 화장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릅니다. 심지어 같은 소비자라도 원하는 것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슈퍼마켓에서 산 립스틱을 바르는 소비자가 어떤 날은 백화점에서 산 제품을 바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로레알은 이 같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다양한 유통 경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유통 채널만 고집하는 소비자는 이제 거의 없다는 것이 아르젤 사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로레알은 백화점을 통한 고급 브랜드 외에 최근에는 슈퍼마켓과 약국, 헤어살롱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메이블린과 로레알은 슈퍼마켓, 비쉬와 라로쉬포제는 약국, 케라스타즈와 로레알프로페셔널은 헤어살롱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로레알의 브랜드들이다. 아르젤 사장은 특히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인 통념은 잘못됐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각각의 브랜드들은 그 유통 채널을 찾는 소비자에 맞춰 제품의 가격대나 마케팅을 달리하는 것이지 품질의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에 대해 '싸다(cheap)'라는 표현은 틀리며, '구매하기에 적정한(affordable)'이 적합합니다. '싸다'는 단어에는 품질이 나쁘다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죠." 그는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는 고급스러운 환경에서 제품을 고르고, 뷰티 어드바이저들의 상담을 받으며,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사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다. 유통 채널과 브랜드의 다양성 만큼이나 아르젤 사장은 미(美)에서도 다양성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바비 인형'같은 외모만이 미의 전형은 아닙니다. 바비는 거대 미국 문화가 만들어낸 미를 평가하는 바보 같은 기준이죠. 다양한 피부색과 생김새들이 모두 미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로레알의 브랜드 자체가 다국적이고, 로레알 제품의 모델들도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로레알은 프랑스 회사이지만 메이블린과 키엘은 미국, 슈우에무라는 일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이탈리아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것도 로레알의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지화 노력은 로레알의 중요한 전략이다. 로레알이 내놓는 화이트닝 제품들은 대표적인 현지화 제품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화이트닝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거의 없죠. 서구인들은 햇빛에 탄 피부를 원하지 화장품을 발라 피부가 하얘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로레알은 동양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죠. 랑콤의 화이트닝 제품들은 한국 화장품 시장의 대표 주자입니다." 지난해 한국 진출 8년 만에 흑자를 기록한 로레알코리아는 지난 몇 년간 활발하게 시장에 소개했던 브랜드들이 탄탄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비쉬, 가르니에 등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브랜드의 성장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한국은 세계 8위의 화장품 시장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큰 만큼 로레알이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로레알의 10대 전략국 중 하나로 뽑힌 한국. 그는 현재 로레알 그룹에서 한국이 1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내에 10위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포인트스피치 "외국 관광객들은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아르젤 사장은 한국의 관광산업에 대해 얘기가 나오자 한국의 낙후된 현실이 답답했었는지 봇물 터지듯 불만을 쏟아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볼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교토처럼 동양의 오랜 전통을 보여줄 수 있거나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를 개발하고 홍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국의 산수는 아름답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비싼 고급 호텔 아니면 러브호텔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산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기반시설이 없으면 쉽게 찾을 수가 없죠." 관광산업 역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부문이라는 아르젤 사장. 그는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관광객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소망을 피력했다. ◆라이프스토리 피에르-이브 아르젤 사장은 58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낭뜨 비즈니스 스쿨,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MBA를 거쳐 85년 로레알 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이 후 17년간 로레알에서 근무한 정통 로레알맨이다. 그는 로레알 본사에서 한국 시판 시장 활성화를 위해 파견한 매스마켓 전문가. 아르젤 사장은 로레알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지사의 시판사업부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은 후 97~99년까지 로레알 핀란드 사장을 지냈다. 지난 99년 9월 한국 지사장으로 파견돼 줄곧 한국 법인을 이끌고 있다. /최원정기자abc@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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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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