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다시 벤처정신이 필요한 때

서진석 <네오웨이브 이사>

국내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일터를 옮겼던 지난해 이맘때쯤 일이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전에 근무하던 대기업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신제품 개발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반나절 이상 토론을 거듭해도 제품개발은 필수적이지만 성공하기까지 인력과 시간투입이 문제라는 결론이 나왔다. 모두가 조용히 생각에 골몰해 있을 무렵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다. “해야 될 일이면 시작이나 하고 나서 걱정합시다.” ‘푸하하’ 하는 파안대소와 함께 신속하게 태스크포스팀(TFT)이 구성됐다. 각종 자료와 장비가 회사 여기저기에서 곧 TFT로 모아졌다. 보고시간을 아끼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이 수시로 TFT 연구실에 들어와 현황을 파악했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즉시 내려졌다. 결국 대기업에서 실패했던 신제품 개발을 벤처기업에서 6개월 만에 해낼 수 있었다. 회사 전체가 한 팀이 돼 목표달성을 위해 숨가쁘게 내달린 결과였다. 십수년간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다음 회의 때 검토해봅시다”였다. 하지만 벤처기업으로 옮기고 나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 다같이 생각해보자”다. 변화속도가 매우 빠른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개발 여부를 결정하는 데만 몇 개월을 보내고 나면 이미 어느 업체에서 신제품을 내놓고는 한다. 팀원 회의에서 팀장 회의, 임원회의, 그룹사 협의까지 거쳐가며 사업을 검토하는 대기업보다는 개발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벤처기업에 더 큰 성공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지난 90년대 우리 벤처기업들은 혁신과 도전, 자율과 수평주의, 회사와 일체감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벤처정신’을 보여줬다. 이런 벤처정신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되고 IT 강국의 밑바탕이 됐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 젊은 후배들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같은 안정적이고 큰 울타리만을 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젊은이, 목표를 정해 한번 죽어라고 매달려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다. 다시 한번 이런 벤처정신을 동경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날 때 우리나라는 지금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짜 선진국 대열에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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