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기는 마찬가지.’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국무총리를 통해 국회에 주문한 현안도 순탄하게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 대통령이 국회에 처리 또는 논의를 요청한 사안은 크게 세가지.
▦국민연금 처리를 위한 특위 설치와 ▦비정규직보호법안의 조속한 처리 ▦선거법 개혁에 대한 논의 등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쉽게 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당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 노 대통령은 “정당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국회 내에 자문기구나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범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ㆍ복지 분야 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비정규직보호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년이 돼가고 있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시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비정규직보호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가 균형발전과 정부 혁신을 언급하면서 “현행 선거제도가 국민통합을 이루기보다는 지역주의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국가 장래를 위해 선거제도를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공을 넘겨받은 셈이 된 국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적극적이나 야당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은 우선 국회 내 국민연금특위를 조속히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영식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가급적 주요 현안들은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해나가기로 했으나 여야간 공감대를 모아야 할 핵심사항들에 대해서는 최소한으로 특위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야당들도 국민연금특위 설치에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다.
임태희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한 국회 내 특위 설치에 대해) 이 부분은 이미 (한나라당에서) 하자고 한 부분”이라며 “국회 내 특위가 설치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국민연금특위 설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연이은 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개혁 실행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정치인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비정규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것에 대해서는 여야가 입장이 엇갈렸다. 이목희 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은 “지방선거ㆍ개헌논의ㆍ대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비정규직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이런 상황을 노동계도 잘 알고 있고 조속히 결단을 하리라고 본다”며 공을 일단 노동계로 넘겼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2월ㆍ4월 국회 때 여야가 15차례, 총 105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눴다”며 “더 이상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재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정부 여당이 현재 정부안대로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비정규직법안 문제를 국회가 아닌 노사정위원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이 문제는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끌어야 할 문제이지 국회로 가져와서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나서서 먼저 처리해야 합당하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가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우리당은 이달 말 선거구제 개편 관련, 당론을 확정한 뒤 다음달 초부터 야권과 본격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우리당은 다음달 중 세차례의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일제히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시점이 문제”라면서 “개헌논의 때 자연스럽게 선거법 개정 논의가 될 텐데 지금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