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23일] 정보과잉 시대, 투자자의 선구안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 부문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공조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세계 경제의 동조화가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경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경제지표는 적신호와 경고음을 냈고 특히 주가와 환율은 급등락을 반복해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렇게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온갖 루머가 이성을 잠식하는 불안감이 시장에 횡행한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정보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투자자들은 출처도 불분명한 정보의 쓰나미에 휩쓸려 피해를 볼 개연성이 더욱 커졌다. 이 우울한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여름 온 국민을 열광시켰던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좋은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전문가들은 김경문호 우승 원동력의 하나로 타자들의 뛰어난 ‘선구안(選球眼)’을 꼽았다. 투수의 구질을 읽고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가리고 최종적으로 자신 있게 때릴 수 있는 공을 고르는 능력은 타자가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수가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를 상대하는 것처럼 시장도 다양한 정보로 투자자를 유혹한다. 때문에 투자자는 시장이 던져주는 무수한 정보들 가운데 옥석을 가리고 확신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투자의 선구안’을 길러야 한다. 진정한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도 이런 선구안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 투자자가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할 때 원칙 없이 매도ㆍ매수를 반복하면서 트레이딩의 함정에 빠져 ‘투자’가 ‘투기’로 변질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높은 지능과 학력이 필요한 건 아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태두인 벤자민 그레이엄은 “신중한 확신을 갖고 투자하라”고 조언하면서 “자신의 원칙과 용기를 개발함으로써 시장의 변화가 투자자의 운명을 좌우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조금은 답답해 보이는 여유와 인내ㆍ감정을 통제하는 평정심을 길러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투자자에게 필요한 선구안일 것이다. 아울러 증권회사를 비롯해 시장에 정보를 공급하는 주요 기관들도 투자자에게 양질의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식의 위험이 심화되면 시장은 공멸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우리 모두 ‘참을 수 없는 정보의 가벼움’을 이겨내는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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