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거장들의 삶·음악에 얽힌 법정드라마

■ 클래식 법정

조병선 지음, 뮤진트리 펴냄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가 프란츠 리스트는 젊은 시절 잘생긴 외모로 여심을 흔든 '스캔들 메이커'였다. 바람처럼 여러 여자를 오가던 그를 정착시킨 이가 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 귀족 카롤리네였다. 만남 당시 결혼은 했지만, 별거 상태였던 카롤리네는 리스트와 결혼하기 위해 혼인무효 소송을 낸다. 그러나 복잡한 교회법으로 인한 수년간의 소송과 이 과정에 개입한 러시아 정부 탓에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카롤리나가 소유한 대토지가 헝가리 또는 프랑스(카롤리나가 이혼 소송 과정에서 프랑스 대사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았다)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교회와 대주교에 여러 차례 소송 관련 입김을 넣었다. 결혼식 하루 전 바티칸은 두 사람의 결혼을 연기하라고 통보했고 혼인과 재산을 둘러싼 긴 다툼에 지친 리스트와 카롤리네는 파혼하게 된다. 책은 리스트의 불멸의 사랑을 방해한 러시아 교회법부터 '볼레로'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막대한 유산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에게 돌아가게 한 황당한 저작권법 등 클래식 거장 38명의 삶에서 발견된 각종 송사와 관련법을 흥미롭게 엮었다. 법학자이자 클래식 마니아인 저자는 양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역사 속 특정 법이 거장들의 음악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해석했다. 2만 2,000원.


관련기사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