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LG의 지분(5.46%)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했던 LG카드 정상화 문제가 특수관계인(오너일가)의 추가 담보제공과 구 회장 개인의 연대보증을 둘러싸고 벼랑끝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LG카드는 21일 오후 3시간가량 현금서비스를 중단해 유동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8개 주요 채권은행장과 LG측은 이날 시내 모 호텔에서 협상을 벌였으나 LG그룹이 채권단의 추가 담보제공 요구에 재차 난색을 표시함에 따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다음주 월요일(24일)까지 각 은행별로 다시 입장을 정한 뒤 서면으로 통보하기로 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협상에서 LG측은 구 회장의 ㈜LG지분 외에는 더 이상 담보로 제공할 것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아무런 결론이 없이 끝났다”고 말했다. LG측은 이날 구 회장이 ㈜LG의 지분 5.46%를 담보로 제공하는 내용에 대해서만 확약서 형태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초 채권단이 요구한 내용이 제외된 확약서를 토대로 각 은행별로 다음주 월요일까지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지만 LG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자금지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이와 관련해 2조원의 자금지원이 이루어지려면 LG측이
▲구 회장 외에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LG의 지분을 담보로 추가 제공하고
▲구 회장 개인이 연대보증을 서야 하며
▲올해말까지 7,000억원의 증자대금을 우리은행에 예치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극적으로 절충점을 찾지 못하는 한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LG카드는 1조원의 증자와 2조원의 유동성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며 “채권단에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 만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채권단과 LG그룹간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LG카드는 이날 오후 3시간 이상 현금서비스를 전면 중단하는 등 영업에 파행을 겪었다, LG카드는 이에 대해 “전산장애로 인한 사고”라고 밝혔으나 대규모 채권 만기도래에 따른 유동성 부족이 주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