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가공개의 문제점

최근 아파트 분양가 원가공개에 대한 압력이 높다. 특히 서울도시개발공사가 상암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한 후 시민단체 등에서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도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무리다. 도시개발공사가 분양원가를 공개했다고 해서 이를 민간업체에도 적용시키려는 것은 공기업과 민간아파트의 근본적 차이를 모르는 데서 연유한다. 또한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했을 때 법적인 문제나 시장에 미칠 파장 등 부정적 영향도 결코 적지않다.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원리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고 주택산업의 발전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특히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는 결과적으로 민간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오히려 아파트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공기업과 민간 주택업체의 분양원가는 기본적으로 산정기준이나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택지만 하더라도 공기업의 경우 토지수용을 통해 택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민간업체들이 택지난을 겪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허가 절차도 마찬가지다. 공기업들이야 각종 인허가 절차를 쉽게 진행할 수 있지만 민간업체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도 각종 규제를 내세우는 바람에 택지구입에서부터 사업승인에 이르기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공기업과 비교할 수 없다. 주택건설원가는 땅값과 자재비ㆍ인건비ㆍ금융비용 외에도 기술개발투자비와 리스크 비용, 여기에다 브랜드 가치 등 유무형의 비용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다. 게다가 기부채납 비용 같은 것은 분양시점에서 원가계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같은 민간아파트의 원가구성 내역을 공기업과 비교하거나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설령 원가를 공개하더라도 실효성이 별로 없고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기업의 생산원가는 기업의 영업상 주요 기밀사항으로 이를 공개하는 것은 자유주의 시장질서를 규정한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 정부에서 원가공개에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도 이 같은 문제점들 때문이다. 분양가 원가공개의 문제를 단순히 분양가가 높으냐, 낮으냐의 기준으로 봐서는 안된다. 분양가가 높다면 시장원리에 의해 적정한 가격으로 낮춰질 것이다. 분양가 원가공개는 주택산업의 발전과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에 미칠 순기능과 역기능을 면밀히 검토해 접근해야 한다. <김문경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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