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직장여성의 저출산

직장여성들이 출산을 망설이는 제일 중요한 이유는 육아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엄마 대신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고 안심하고 맡길 보육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근로를 하고도 여성의 임금이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은데다 저임금 여성근로자의 경우 아기를 맡길 곳이 있어도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또 우리의 직장문화가 남성위주이고, 퇴근시간이 불규칙적이고, 잦은 회식 등으로 아기를 보육시설에 맡겨도 일정한 시간에 데리러 가기 어렵다. 식사준비ㆍ빨래ㆍ아기돌보기 등을 여자의 일로 생각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남편을 둔 여성의 경우에는 일과 육아의 양립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기를 낳아 고생하느니 차라리 낳지 않고 직장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자녀 맡길 보육시설 많지 않아 개인적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가적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해 가까운 장래에 국가경제 발전의 둔화와 노인 부양의 어려움이 예견되므로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고 할 때 과연 누가 국가시책에 따라 출산을 할지 의문이다. 아동수당 지급, 보육비 보조, 출산휴가 및 휴직제 등 다양한 출산지원책을 마련 중이지만 이러한 지원책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지만,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또 성공한 제도라고 해서 우리도 성공할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교육 및 의료제도와 남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문화는 프랑스ㆍ스웨덴 등 서유럽 국가들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경우 사교육비 부담이 날로 늘어나고 있고, 건강보험의 실질적 진료비 부담비율이 50~60% 수준으로 본인부담액이 많고,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직장에서의 근로조건이 여성에게 불리하고, 보육시설 등 사회적 지원체제가 부족하다. 그리고 정부가 이러한 제반 출산과 육아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줄 국민의 조세부담 능력이 유럽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빨리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아무리 정부가 필요하고 정당한 제도를 만들어도 국민이 공감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고, 또 결혼과 출산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사항이므로 국가적 필요성에 의해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결혼과 출산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고 어린이를 양육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나가야 하지만, 이는 정부 단독으로 하기 어렵다. 전 국민이 직장과 가정에서 육아를 비롯한 모든 일에서 성 평등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가족친화적 직장문화를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한다. 부부가 육아와 가사를 남자와 여자가 할 일로 구분하지 않고 협력하고 분담한다면 여성의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행복감을 더해줄 수 있다. 직장에서 고용주와 관리자뿐 아니라 일반 근로자들까지도 정해진 시간에 퇴근이 가능하도록 업무를 추진해 정시퇴근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저녁회식과 같은 임신부 건강관리와 육아에 지장을 주는 행사는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기업서 양육환경 조성해야 또 기업주는 생산성 향상 위주의 경영에서 근로자의 가정생활을 배려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 높은 임금과 성과급으로 경쟁을 유발해 근무시간이 긴 기업체의 근로자들은 가정생활을 꾸려나갈 시간적 여유가 없어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된다. 고임금 직장보다 가족친화적 직장이 더 좋은 일터로 여겨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이 고통이 아닌 행복의 원천이 되고 가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이 확립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가치관의 확립은 가정과 학교교육에서 비롯되겠으나 사회적 환경에도 영향을 받게 되므로 건전한 가치관 형성을 위한 정부의 교육정책과 국민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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