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베들레헴 파산의 교훈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베들레헴스틸은 유에스스틸(지금의 USX)과 더불어 세계 철강산업을 양분하며 1차ㆍ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끈 기업으로 지난 40~50년대에는 미국의 힘과 번영을 상징했다. 베들레헴은 2차 대전 중에 1,000여척의 전함을 건조하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비롯해 뉴저지주와 뉴욕 맨해튼을 연결하는 조지워싱턴 다리와 링컨 터널의 철골 구조물을 만든 자존심 강한 회사였다. 55년 경제전문 잡지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8위에 올랐던 이 회사는 2004년까지 생존했더라면 창업 100년을 맞을 수 있었다. “철강의 힘이 곧 국력”이라는 유행어를 창출했던 베들레헴은 미국 최고의 인재들이 입사하고 싶어했던 회사였다. 그러던 회사가 80년대부터 사양길에 접어들어 15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2001년에 드디어 파산했다. 한때 미국을 상징하던 회사가 허무하게 파산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과 일본ㆍ유럽연합(EU)ㆍ남아메리카 등지에서 나오는 외국산 철강과 미국 내 중소 철강업체와의 가격경쟁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또 과학의 발전으로 알루미늄 등 철강을 대신할 대체물질의 개발 등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린 것도 주요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경영층의 방만하고 오만한 경영자세와 이를 견제할 수단과 방법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회사가 오랫동안 잘 운영되다 보니 경영자가 오만해졌다. 경영자가 오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제도와 같은 견제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베들레헴에는 이런 장치가 없었던 것이 비극을 초래했다. 노동자들이 과도하게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베들레헴 노동자의 복지혜택은 미국의 최고 수준이었고 임금은 물론 퇴직연금과 건강보험 등을 최선의 조건으로 마음껏 즐겼다. 그러나 회사가 파산한 후 주주는 물론 채권자ㆍ경영자 그리고 노동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지난 수십년간 휴대전화, 통신위성, 컴퓨터와 인터넷, 유전자 개발에 따른 신약, 각종 전자 전기제품 등이 개발돼 인간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줬다. 첨단 과학이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는 인간의 삶을 편안하게 하고 인류의 평균수명을 연장시켰으며 현대인은 이들 중 어느 것 하나만 없어도 큰 불편을 느낀다. 이러한 문명의 이기는 기업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품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 제품 생산과 판매 등 모든 관련 분야에 기업이 필요한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적절히 배분해 이뤄낸 결과들이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인간의 놀라운 발명은 기술이나 상품발명이 아니라 사회적 발명, 즉 시장경제원리와 이에 따른 기업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가능하고 기업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간 교량역할을 해냈다. 기업의 이익은 국부와 직결되고 기업활동을 통해 고용기회가 늘어나며 일해서 번 돈으로 국민들은 생활수단을 구입한다. 사람의 수명이 연장됐다 해도 100년을 살기가 힘든 것처럼 기업도 장수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기업도 오랫동안 성공하면 오만하고 부패하며 남용하기 마련이다. 종국에는 베들레헴스틸과 같이 파산하게 된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은 성공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0년간 포천 500에 올라간 기업은 1,877개사였지만 이중 2004년의 500대 기업에 남아 있는 기업은 단 4%인 71사에 불과하다. 이중에서 백년 이상 포천 500의 명맥을 이은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록터앤드갬블(P&G) 등 두개뿐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경제에서조차 기업이 50년 이상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이 오랫동안 유지ㆍ발전돼야 경영자ㆍ근로자, 그리고 국가와 사회 등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기업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경영자는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사명감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 예지력, 끊임없는 변화(이노베이션)를 추구하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경영의 투명성은 반드시 따라야 할 덕목이다. 노동자 그룹도 지나친 이기주의를 버리고 기업이 발전해야 노동자의 권익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직장도 유지될 수 있다는 보다 큰 안목과 자기희생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은 기업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신호이다. 정부도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과감히 규제를 풀어 기업환경을 자유롭게 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90여년간 미국 철강업계를 주도했던 베들레헴스틸의 파산이 경제인들에게 타산지석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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