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靑-政-黨 말따로 행동따로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

외국인 투자가들 "오락가락 정책 더 문제"<br>"경제주체 위축→불황장기화" 가능성 지적

“‘분배-성장’ 논쟁을 비롯해 부동산경기 활성화, 규제개혁 등 전방위에 걸쳐 청와대와 여당, 정부의 말이나 행동이 따로따로여서 (관찰자인) 외국인투자가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자세다.”(미국계 증권사 A지점장) A씨는 “최근 들어 본사와의 컨퍼런스콜(전화통화로 펼치는 회의)에서 한국과 관련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참여정부의) 정책방향이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A씨뿐 아니라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ㆍ모건스탠리 등등 여타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증권사 지점맨들은 “외국투자가들이 국제전화를 통해 묻는 내용 중 상당수는 정부가 여전히 반시장적이고, 반기업적인 시각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광범위한 정부 불신=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 한국 정치상황과 관련한 보고서를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언론사의 코멘트 요청에도 거부 일색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외국인투자가들은 대부분 한국 증시나 경제전망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정치 리스크는 크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정부 눈 밖에 나기 싫어 말은 안 하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불신감을 더 키우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의혹의 눈초리는 정부의 경기부양책 이후에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유럽계 증권사 국내 지사장은 “정부가 세금인하,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 등의 조치를 발표한 뒤 노무현 대통령은 방송사 인터뷰 등에서 잇달아 경기부양책이 아니라고 하던데 외국인들은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참여정부의 장기 정책방향에 대해 불안한 시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정책혼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정책혼선이 지속되다 보니 참여정부의 경제운용 능력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은 중국과 미국의 긴축, 고유가 등 3대 글로벌 리스크와 더불어 내수회복 부진이라는 리스크를 맞고 있다”며 “정치 리스크와 노사갈등 심화 때문에 내수회복 리스크가 강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승국 BNP파리바증권 대표도 “많은 외국인들이 정책혼선이나 좌파적 분배정책으로 회귀 가능성을 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고 있다”며 “기업 운명을 정치권이 좌지우지하고 금융기관 CEO 선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졸리 도이치증권 수석 전략가는 “경제지표들이 계속 부진하면 추가 대책이 나오겠지만 한국 거시경제에 대한 염려는 일부만이 해소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불안형 침체 가능성=전문가들은 정책불안이 오래 가면 한국경제가 장기침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정책혼선이 지속되면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 더욱 위축,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적 이념에 의한 분배정책, 신행정수도 이전, 토지공개념 논의, 대기업 규제강화 등이 정책혼선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장기불황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분배보다 시장 중시로 위기를 극복하고 민간이 경기회복에 자신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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