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선배 현대정보기술 사장

“정보기술(IT) 아웃소싱과 해외시장 진출을 무기로 불황을 정면 돌파하겠습니다.” IT산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시스템통합(SI)업계는 올해도 시장상황이 별달리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김선배 현대정보기술 사장은 전체 시장전망이 매우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실적을 낙관하고 있다. 지난해 안정적인 새 수익모델 발굴에 주력, 올해는 뚜렷한 성과로 이어질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SI업체들은 통상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시스템을 설치한 뒤에는 단순한 유지보수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현대정보기술의 경우 정부기관, 금융업체, 기업 등의 전산업무를 대행하는 IT 아웃소싱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 이 부문 매출이 지난해 전체의 20%에 달했다. 현대정보기술은 비용절감과 서비스 품질 향상 등으로 올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은 지난 9ㆍ11 테러사태 이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재해복구시스템(DRS) 사업에서 국내업체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수주한 제일은행에 이어 기업들이 재해 예방에 초점을 둔 비즈니스상시운영체제(BCP) 도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어 영업전망이 더욱 밝다고 보고 있다. 김 사장은 특히 “최근 세계 3대 IT 아웃소싱 업체인 미 CSC와의 제휴로 대형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선진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부에서 전산업무를 아웃소싱하면 정보유출이나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요구를 반영, 서비스 수준 합의서(SLA)를 체결하고 상황에 맞게 3가지 차원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시장 진출 이야기를 꺼냈더니 자랑하고 싶은 게 많은지 김 사장의 눈이 반짝거린다. 지난 99년 수주한 베트남 중앙은행의 프로젝트에서부터 베트남 6개 은행의 결제 시스템, 파키스탄 중앙은행 시스템설치 등 굵직한 수주 얘기가 터져 나왔다. 뒤이어 그는 “올해는 SI수출 관행에 일대 충격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바람의 주역은 현대정보기술이 지난해 국내 15개 업체와 구성한 `전략적 해외진출을 위한 공동사업협의체(SPAPS)`. SPAPS는 해외 고객의 요구에 맞도록 보안, 지문인식, 모바일 기능 등 다양한 솔루션을 맞춤형으로 한번에 제공할 수 있다. 현대정보기술이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고 시스템 개발을 파트너가 분담하는 형태다.“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 `IT 강국` 한국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가 대단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사업부를 해외사업단으로 개편했다. 수출업무를 특정 부서가 전담하는 게 아니라 모든 부서가 해외시장 공략 계획, 실천하고 이를 사업단이 지원하는 형태다. 국내 고객이나 해외 고객을 갈리지 않는 도전정신을 강조한 김 사장의 소신이 반영됐다.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직 도전의사를 밝힌 그는 국내 업체들의 과당경쟁과 이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 업계 현안에 대해서도 소신을 과감히 밝혔다. SI 프로젝트의 경우 `일단 따내고 보자`는 업체간 출혈경쟁과 `언제라도 바꿀 수 있다`며 위협하는 고객의 막무가내식 요구가 맞물려 시장질서가 매우 혼탁하다는 것. 그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시스템이 부실로 채워지는 일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지금과 같은 최저입찰 방식은 업계는 물론 고객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김 사장은 “고질적인 관행을 타파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김선배 사장은 `무편착심(無偏着心)`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2,5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이끌다 보니 `사람 관리나 일을 하면서 어느 한편에 기울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세상사를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 김 사장은 접견실 벽에 이 글을 적은 액자를 걸어 놓고 자주 되새기고 있다. 특정인에게 마음이 기울어 균형감각을 상실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고 한다. 무편착심을 실천하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제대로 된 사내 의견을 청취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한편 김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광이다.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가족, 친지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다. 일요일 골프 라운딩을 마친 뒤 영화관 의자에서 피로를 풀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할 에너지를 충전한다. IT업체 경영자 답계 영화에서 기술발달에 따른 사회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기를 즐긴다. 그는 가상 여배우를 소재로 한 최근 관람작 `시몬`의 감상소감을 말하면서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영화뿐 아니라, 미술전시회, 뮤지컬, 음악회 참가 등도 김 사장의 빼놓을 수 없는 취미다. 그는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여유야말로 인생을 사는 낙”이라고 강조한다. 부하 직원들에게도 시간을 내 여유를 갖길 바라는 뜻에서 부장시절부터 부서야유회 선물은 음악테이프를 준비했다. ◇약력 ▲50년 서울 출생 ▲69년 보성고 졸업 ▲73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75년 한국외환은행 입행 ▲78년 현대건설 입사 ▲86년 현대증권 국제금융부장 ▲91년 미 뉴욕대 경영대학원 졸업(MBA) ▲93년 현대정보기술 재정담당 이사 ▲96년 현대정보기술 경영기획실장 ▲2002년 현대정보기술 대표이사 사장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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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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